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결정했지만 최종 마무리까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무적투자자들이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매수청구권) 행사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면서 양측은 상장 막판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기업공개를 추진하기로 결정했지만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여전히 풋옵션 행사를 철회하지 않았다.
교보생명이 기업공개를 하더라도 자금을 온전히 회수하기 쉽지 않은 만큼 상장 여부와 풋옵션을 분리해서 판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아직 뚜렷한 상장시기와 증자 규모 등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도 엿보인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2012년에 교보생명 지분 24%(492만 주)를 1조2054억 원에 사들였다. 주당 가격은 24만5천 원이었다.
교보생명의 상장 주식이 최소한 1주 당 25만 원대에 거래돼야 겨우 본전을 찾는 셈이다. 그동안 자금이 묶였던 데 따른 이자까지 따지면 더 높은 주가에 거래돼야 한다.
그러나 교보생명의 상장 주식 가격은 동종업계 상장사들의 주가를 근거로 따져보면 이 수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장된 삼성생명의 주가 순자산비율(PBR)은 0.62배, 한화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은 0.37배다. 생명보험업황 악화와 증시 침체 등으로 상장 당시보다 크게 떨어졌다.
교보생명 자본규모가 10조 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교보생명이 삼성생명 수준의 평가를 받으면 주당 25만8천 원, 한화생명 수준으로 평가를 받으면 주당 15만5천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이 교보생명 상장 이후에 주식을 파는 것으로 가정하면 오버행 이슈도 더욱 투자심리를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버행이란 주식시장에서 언제든 매물로 쏟아질 수 있는 대량의 매각물량 주식을 뜻한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 24%의 가치를 2조 원 규모로 추산해 신 회장에게 풋옵션 행사가격 평가보고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 지분 24%를 1조2천억 원에 사들일 때 교보생명 자본규모가 5조 원이었는데 현재 교보생명 자본규모가 10조 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불었다는 점을 근거로 계산한 것이다.
풋옵션 이행기일인 올해 안에 신 회장이 어피니티컨소시엄의 풋옵션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양측은 중재소송 절차를 밟게 된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이 교보생명의 기업공개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이유로 교보생명의 신주 발행 규모와 구주 매출 비중을 놓고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 회장이 당장 1조 원 또는 2조 원대의 대규모 자금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에서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중재 소송까지 각오하기보다는 상장 과정에서 구주 매출 비중을 늘리기 위한 협상 카드를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이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상장 과정에서 신주 발행 규모를 늘려야하는데 어피니티컨소시엄으로서는 신주 물량을 줄이고 구주 매출 비중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 신주 물량이 적을수록 공모가가 높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재무적투자자들을 설득해 풋옵션 행사를 철회하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교보생명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 회장에게 경영권 방어의 ‘백기사’였던 어피니티컨소시엄이 등을 돌리면서 곤혹스러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며 “신 회장과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상장 방식 등을 놓고 치열한 물밑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