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7일 KB국민은행 노사는 대표자 교섭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허인 행장은 페이밴드를 모든 직원에게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노조는 이미 일부 직원에게 도입된 페이밴드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과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행장을 겸직하던 시절부터 여러 차례 페이밴드를 확대하려 했으나 노조의 반발에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는 2014년 11월 입사자부터 페이밴드를 적용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2024년부터 페이밴드 때문에 기본급이 동결된다.
페이밴드는 일정 기간 안에 윗 직급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기본급을 그대로 유지하는 일종의 직급별 기본급 상한제다.
페이밴드는 보통 호봉제 폐지와 연봉제 도입의 중간단계로 여겨진다.
특히 페이밴드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성과를 더욱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과주의와 맥락을 같이 한다. 원래 페이밴드는 한 직급에서 받을 수 있는 기본급 최소치와 최대치의 차이를 의미하는데 이 차이가 클수록 기본급 등급을 더욱 쪼갤 수 있기 때문이다.
허 행장이 페이밴드를 확대하려는 이유는 기존 호봉제가 KB국민은행의 항아리형 인적구조와 맞물려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국민은행 조직이 방대한 만큼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역삼각형에 가까운 항아리형 인력구조도 깨야 할 필요성이 높다”며 “ KB국민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앞으로 급속도의 성장을 이뤄내기 쉽지 않은 만큼 성과에 따른 연봉체계 도입 등을 놓고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인력과 지점도 그만큼 많아 1인당 생산성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떨어진다.
정권이 바뀌면서 이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성과연봉제는 물밑으로 가라앉았지만 기본적으로 호봉제의 폐단을 정리하고 성과 위주로 합리적 연봉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인식은 은행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다.
현재 페이밴드를 도입한 시중은행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신한은행은 2006년부터 4~6급 전체 호봉제 직원을 대상으로 이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그렇지 않아도 인사적체가 심한 은행에서는 직원들 사이에서 페이밴드 도입을 놓고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반대하고 있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이다.
KB국민은행 입사 12년차인 이모(37)씨는 "승진을 못 하면 월급이 안 올라간다는 얘기인데 객관적 인사평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여의 상한을 두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불합리한 인사평가에서는 월급이나마 호봉처럼 계속 오르는 구조가 돼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