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와 차이나스타 등 중화권 디스플레이업체들이 75인치 이상 초대형 TV용 LCD패널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새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초대형 TV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로서는 LCD 패널 원가가 낮아지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다른 TV 제조사와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수도 있다.
▲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
김철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3일 "2019년에도 세계 LCD업황은 공급 과잉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급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 수요는 부진하다"고 바라봤다.
중화권 디스플레이업체는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 지원을 받아 대형 LCD공장의 시설 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올해 초부터 LCD업황 악화를 주도해 왔다.
샤프와 차이나스타, BOE 등 중화권 업체의 10.5세대 LCD공장 가동이 일제히 본격화되면서 내년에도 공급 과잉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화권 업체들이 가동을 확대하는 10.5세대 공장은 75인치 이상 TV에 사용되는 초대형 패널의 출하량을 늘리고 생산원가를 낮추는 데 특히 효과적이다.
초대형 TV패널은 하나의 원판에서 최대한 많은 패널을 잘라낼수록 원가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8세대 공장보다 원판이 큰 10.5세대 공장에서 양산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이미 큰 가격 하락폭을 보이던 65인치 이하 TV패널뿐 아니라 75인치 이상 초대형 LCD 패널의 평균가격도 빠르게 하락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75인치 이상의 초대형 프리미엄 TV 라인업을 주력으로 앞세울 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LCD 패널의 원가 하락으로 큰 수혜를 볼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TV에도 LCD 패널이생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에 패널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TV사업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75인치 QLED TV등 초대형 TV의 프리미엄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중화권 TV업체를 포함한 경쟁사가 패널 가격에 부담을 안아 75인치 이상 제품 출시에 소극적인 만큼 삼성전자가 대형 제품을 프리미엄 TV의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삼은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TV 수요는 줄어들지만 대형화 추세로 평균 면적이 늘고 있는 만큼 75인치 이상 TV 판매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세계 75인치 이상 TV시장에서 54.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전체 TV시장에서 점유율이 28.4%인 점과 비교하면 초대형 TV시장에서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금과 같은 우위를 지키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 중국 샤오미가 11월 출시한 75인치 TV. |
75인치 이상 LCD 패널의 출하량이 늘고 가격이 낮아지면 그동안 초대형 TV 출시를 미루던 중국 TV업체 등 경쟁사가 일제히 시장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 샤오미가 최근 출시한 4K급 75인치 TV는 약 129만 원으로 비슷한 사양의 삼성전자 TV의 반값 수준이다. 내년부터 패널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화권 LCD업체가 일제히 10.5세대 생산공장을 가동하면서 삼성전자가 중국 TV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기술 개발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75인치 이상 TV에 화질 개선 소프트웨어를 적용하거나 체감화질을 높일 수 있는 퀀텀닷 소재 채용을 확대하는 등을 통해 경쟁사의 초대형 TV와 차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019년에 TV사업의 부활을 위해 75~85인치 LCD TV사업을 강화하며 경쟁사와 차별화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