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분쟁의 강도를 높이면서 애플과 화웨이를 모두 겨냥해 정부 차원의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통신장비사업에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애플 아이폰에 약 10%의 추가 관세가 매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애플 아이폰도 대상이 될 수 있다"며 "10% 정도의 관세는 소비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과 무역분쟁을 벌이면서 제재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2천억 달러(약 226조 원) 규모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긍정적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중국의 관세 부과 지연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애플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중국에서 수요 확보에 고전하며 타격을 받고 있다. 애플을 포함한 미국 기업을 향한 중국 소비자들의 여론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애플이 미국에 아이폰 생산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왔는데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 부과를 통해 애플에 압박을 강화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미국기업은 중국산 제품 관세를 피해 미국에 생산공장을 짓는 등 많은 대안이 있다"며 애플을 직접 겨냥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에 관세가 매겨진다면 애플에 이어 북미 스마트폰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
애플이 아이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반면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을 베트남과 한국에서 생산해 중국산 수입품에 매겨질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 무역분쟁으로 화웨이를 겨냥한 압박을 강화하는 점도 삼성전자에 긍정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미국 통신사뿐 아니라 세계 동맹국가의 통신사에도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를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화웨이와 5G 통신장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의 압박이 삼성전자 통신장비 공급 확대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통신사는 화웨이의 5G 장비 도입을 검토했지만 결국 화웨이를 제외한 삼성전자 등 다른 업체를 5G 통신장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화웨이가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2위로 올라 삼성전자의 선두를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미국시장 진입을 사실상 포기한 점도 삼성전자에 긍정적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미국 통신사 AT&T를 통해 스마트폰 출시를 논의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AT&T가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를 포기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 정부기관은 올해 초 미국 소비자들에게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업체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를 내놓은 적도 있다.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사업부문 CEO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무역분쟁은 화웨이의 미국 진입에 큰 장벽이 되고 있다"며 "미국을 제외한 다른 시장 공략에 당분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아시아와 유럽, 중동아프리카 등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점유율 2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북미시장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 LG전자 등 경쟁사에 밀려 존재감이 미미하다.
글로벌 스마트폰 2위 화웨이와 3위 애플이 모두 미국에서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불리한 환경을 맞은 만큼 삼성전자가 이를 성장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5G 통신장비도 버라이즌과 스프린트, AT&T 등 미국 상위 통신사에 공급이 예정돼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