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이 DGB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놓고 한 발 물러나면서 대구은행장 선임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 대구은행장 후보의 자격 요건을 놓고선 여전히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만큼 다시 갈등이 불거질 여지가 남아있다.
▲ DGB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DGB금융지주> |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이른 시일 안에 ‘자회사 CEO(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를 꾸려 8개월여 동안 비어있는 대구은행장 선임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대구은행은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3월에 물러난 뒤 8개월여 동안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대구은행장 선임절차 규정상 자회사 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가 꾸려진 날로부터 40일 이내에 새 행장을 선임해야하는 만큼 올해 안에 새 행장이 뽑힐 가능성이 높다.
DGB금융지주 이사회와 대구은행 이사회는 큰 틀에서 대구은행 내부출신을 새 대구은행장으로 선임해 대구은행의 조속한 경영 안정을 꾀한다는 내용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구은행 이사회는 은행장 후보 추천권을 DGB금융지주의 자회사CEO후보추천위원회에 넘기는 방안에 동의했다.
다만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이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은 ‘은행 이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끝맺었다.
대구은행장 추천권을 DGB금융지주에 넘긴다는 내용은 명확해졌지만 또 갈등 요인이었던 은행장 후보 자격 요건을 놓고서는 뚜렷한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DGB금융지주는 새 은행장 요건을 금융회사 20년 이상 경력과 5년 이상 등기임원 경험, 은행 사업본부 임원 경험, 지주사 및 은행 외 다른 금융사 임원 경험 등을 내세웠다.
반면 대구은행 이사회는 금융회사 30년 이상 근무한 경력만으로도 충분히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금융지주의 자회사 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 구성을 놓고도 여전히 대구은행 이사회는 대구은행 사외이사가 일부 참여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출신 대구은행장을 올해 안에 선임한다’라는 틀만 잡혔을 뿐 사실상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대구은행 이사회로서는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는 비판적 여론과 DGB금융지주의 강한 압박에 밀려 추천권을 금융지주에 넘겼지만 자격 요건 및 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서는 ‘은행 이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라’며 더욱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이사회가 자회사 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를 꾸리고 후보군을 추려내는 과정에서 또 다시 신경전을 벌이면 올해 안에 대구은행장이 선임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