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체제에도 LG전자의 1인 최고경영진체제가 계속 유지될까?
LG전자는 2017년 3월
조성진 대표이사 부회장을 단독 대표로 선임해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원 톱 체제로 전환한 뒤 그해 두 배가량 늘어난 영업이익을 거두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
그러나 전장과 스마트폰사업은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견고하던 TV사업마저 흔들리면서 가전사업 의존도가 더욱 심화해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처음으로 주재하는 사업보고회가 이날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룹 차원의 인사도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은 한 달가량 진행된 사업보고회에서 회의 방식과 내용 등 모든 면에서 경영진의 예상을 뒤집은 행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룹의 미래가 걸린 신사업을 놓고는 경영진을 당황스럽게 하는 ‘돌직구’ 질문을 서슴없이 날리며 진지하게 고민하는 인상을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LG그룹이 추진할 혁신의 범위와 강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으면서 그룹 신사업의 주축인 LG전자에도 거센 변화의 바람의 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2016년 말 LG전자 ‘구원투수’로 등판하며 LG전자 실적 개선에 기여했으나 가전 전문가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구 회장의 인사 사정권 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 HE사업본부와 MC사업본부에서 2017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매출을 냈고 MC사업본부와 VC사업본부의 적자도 해소하지 못했다.
VC사업본부는 LG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전장사업을 이끌고 있는 사업부로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2조 원가량을 들여 글로벌 헤드램프기업 ZKW까지 인수했지만 흑자 전환 시점은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구 회장이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만큼 이번 연말인사에서 LG전자 신사업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각자 대표이사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LG전자가 로봇사업, 인공지능(AI) 사업 등 사업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성을 지닌 인물을 내세워 각각의 사업부를 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 회장이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PO) 사장과 같은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LG전자는 하만 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던 박 사장을 2017년 영입해 LG전자의 약점이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구 회장은 미국 뉴욕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스탠포드 대학에서 MBA 과정에 입학했다. 현지 스타트업, LG전자 뉴저지법인 근무 경험을 거친 인물로 실리콘밸리 방식의 기업문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LG화학 대표이사 자리에
신학철 전 3M 수석부회장을 내정한 결단을 비춰 봐도 구 회장이 LG전자의 신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외부 인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공산이 크다.
다만 LG전자가 1인 경영진체제로 다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조 부회장의 실적 기여도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구 회장이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