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고객유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계좌이동제가 실시되면 고객이 다른 은행으로 계좌를 바꾸는 일이 지금보다 쉬워진다. 계좌를 옮길 때 급여를 받거나 공과금을 자동이체하던 것들도 자동으로 옮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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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 |
은행들은 주거래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상품을 내놓는 등 치열한 고객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9월부터 계좌이동제를 시행한다. 은행고객들이 인터넷을 통해 계좌이동 관련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16년 1월부터 오프라인 영업점에서도 계좌이동 신청이 가능해진다.
우리은행은 10일 주거래고객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늘린 ‘우리주거래고객상품패키지’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계좌이동제 시행에 대비해 우리은행 주거래고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입출금식 통장, 신용카드, 신용대출 위주로 설계됐다.
우리은행은 원래 고객이 등급별로 복잡한 조건을 갖춰야 거래나 대출 등에서 우대했다.
그러나 이 상품은 급여나 연금이체, 공과금 등의 자동이체와 우리카드 결제계좌 보유 가운데 2가지 요건만 갖추면 타행거래수수료 면제와 대출이자 1% 캐시백 등의 혜택을 준다.
우리은행은 조만간 우리카드와 연계해 우리은행에 계좌가 있는 사람에게 카드수수료를 면제하거나 예대금리를 우대하는 등의 정책도 도입하려고 한다.
NH농협금융지주는 오는 4월 말 은행, 보험, 증권 등의 포인트제도를 합친 통합포인트카드(가칭)을 내놓는다.
주거래고객 우대혜택의 폭을 모든 계열사의 상품으로 넓힌 것이다. 농협은행에서 통장거래를 통해 쌓은 포인트를 농협 브랜드의 상품을 살 때 쓸 수 있다.
NH농협금융은 일부 계열사의 우수고객제도를 통합한 ‘NH하나로가족고객제도’에 올해 농협생명을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은 지난해부터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고객들에게 이 제도를 적용해 교차거래 때 이체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계좌이동제 실시에 대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관련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상반기에 은행, 카드, 금융투자, 생명 등 4개 계열사의 우수고객 우대제도를 통합한 ‘신한탑스클럽’을 만들어 계열사간 시너지를 노리기도 했다.
KB금융은 2010년 계열사들의 고객등급제도를 통합해 만든 ‘KB스타클럽’에 추가적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재 KB국민은행을 중심으로 관련 부서와 협의중”이라며 “다른 은행들의 관련상품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하나은행, 외환은행, 하나카드 등을 포함한 계좌이동제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이 팀은 각 계열사의 고객결제패턴 등을 분석해 계좌이동제에 대비한 상품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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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복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장 |
IBK기업은행은 이달 말 적금과 펀드를 혼합한 고객맞춤형 수신상품을 출시한다. 기업은행은 최근 최장 21년 만기 적금상품을 출시해 장기고객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부터 계좌이동제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박종복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장은 계좌이동제에 대비할 방안을 논의하는 첫 회의를 직접 주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SC은행은 현재 계좌이동제에 대비한 신규부서를 만들어 고객관리제도 전반을 개선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계좌이동제 관련 상품출시와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은행들의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계좌이동제 도입으로 시중은행들은 심각한 대출경쟁뿐 아니라 예금경쟁도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 연구원은 “은행들은 주거래고객 확보 경쟁을 이전부터 했으며 금융위원회도 2013년 말부터 계좌이동제 도입을 예고했다”며 “은행들의 준비작업에 따라 영향이 제한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