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 올해 안에 기업공개(IPO) 여부를 결정한다.
2대주주인 어피너티컨소시엄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신 회장에게 풋옵션(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매수청구권) 행사를 통보하는 등 강한 압박을 넣으면서 기업공개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교보생명은 20일 이사회를 열어 기업공개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사회 공식 안건에는 기업공개 등 자본 확충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기업공개 등 자본 확충 업무를 맡긴 주관사의 보고서가 12월에 나오면 그를 바탕으로 기업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번 이사회에서는 기업공개 등과 관련된 내용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업공개를 요구하던 재무적투자자들이 신 회장에게 사실상 최후 통첩을 날리면서 기업공개를 좀처럼 결정하지 못하던 교보생명이 결단을 내릴 시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교보생명 지분 24%를 보유한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10월 말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통보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와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 구성됐다.
교보생명은 2012년 어피너티컨소시엄에게 2015년까지 상장하겠다고 약속하고 1조2천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받았는데 약속한 기업공개 시점이 3년 가까이 미뤄지면서 재무적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교보생명이 올해 8월 기업공개 등 자본확충 업무를 맡길 주관사 2곳을 선정하면서 불만이 잦아들었지만 9월 이사회에서 기업공개를 의결하지 않고 뒤로 미루자 재무적투자자들이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교보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해 자본 확충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새 제도의 구체적 윤곽을 확인한 뒤 기업공개를 추진하려했지만 기다림에 지친 재무적투자자들이 압박 수위를 높인 모양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에 이어 교보생명 지분 5.33%를 보유한 'SC PE'도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풋옵션을 통보한 재무적투자자들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모두 합치면 29.33%로 신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려면 적어도 1조 원을 웃도는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보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비율(K-ICS) 도입에 대비해 2조~5조 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1조 원 이상의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공개가 가장 적합한 수단이지만 앞으로 넘어야할 장애물들이 많다.
최근 공모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데다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생명보험사의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하는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또 구주와 신주 발행의 비중을 잘 맞춰 신 회장의 경영권 방어까지 감안하려면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
교보생명이 재무적투자자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주관사의 보고서를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보생명이 약속했던 기업공개 시점이 3년여나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적투자자들은 이번에는 구속력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계속 압박을 넣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올해 말까지 부담감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다양한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여러 목소리를 들어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회사의 중대한 의사결정인 만큼 이사회에서 다양한 환경과 판단근거 등을 검토해 심도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