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경총의 업무영역을 노사 문제에서 기업의 현안 전반으로 넓히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손 회장은 최근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을 활발하게 만나면서 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를 적극 요청하고 있다.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그룹 회장). |
노사 문제와 긴밀하게 연관된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 등은 물론 세제 등 연관성이 비교적 적은 분야에도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손 회장은 최근 자유한국당 세미나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유연근로제 보강과 최저임금제도의 개편에 더해 가업 상속세제의 완화, 기업을 위한 상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도 입법 과정에 적극 반영되도록 검토해 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도 “기업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차등 의결권과 신주 인수 선택권 등의 방어수단이 있었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10월에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낙연 국무총리를 잇달아 만나 기업의 어려움을 전하면서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손 회장이 7월 기자들에게 “경총의 업무를 앞으로 확대하면서 회원사를 개편하고 산업 전체를 대변하겠다”고 말했던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경총은 정관에 명시된 사업목적도 ‘노사의 이해 증진과 협조체제 확립’과 ‘건강한 노동운동’ 등에서 ‘자유시장 경제에 기반한 경제사회정책의 구현’으로 개정했다.
손 회장은 2월 경총 회장에 취임한 뒤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시도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압수수색, 경총 상임부회장의 첫 해임, 불투명한 회계 논란 등에 잇달아 대처하면서 경총의 추락한 위상 회복에 힘써왔다.
11월 초에 경총의 조직을 정비해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쇄신안도 내놓았다. 이 쇄신안에 상법 공정거래법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 등에 관련된 전문인력을 늘리는 내용을 넣었다.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이 조직 쇄신안을 내놓은 직후 “경총은 노사 문제를 넘어서 경제계와 경영계를 대표하면서 (업무) 영역을 넓히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업에 영향을 주는 법적 사안은 노사 문제와 연관성이 적더라도 무엇이든 적극 대응해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총이 최근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에 공식적으로 반대한 것도 기업의 현안 전반에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흐름으로 읽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경제단체의 업무영역과 위상이 정해져 있었지만 지금은 변화가 크다 보니 단체들 사이에 미묘한 눈치싸움이 엿보인다”며 “전경련이 힘을 잃으면서 대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할 창구가 좁아졌다는 여론도 경총의 업무영역 확대와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이익을 주로 대변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박근혜정부 당시 벌어졌던 '국정농단' 사건과 연관돼 힘을 많이 잃었다. 대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아우르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