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확대에 고전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휴미라와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를 유럽에 출시하면서 큰 기대를 걸었는데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경쟁사들이 미처 개발하지 않은 ‘틈새시장 제품’을 적극 개발하고 있는데 이 제품들이 출시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신제품 모두 실패하나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올해 유럽에서 출시한 바이오시밀러 ‘임랄디’와 ‘온트루잔트’가 시장에 안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랄디는 바이오의약품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다.
휴미라는 미국 애브비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글로벌시장에서 연 매출 20조 원가량을 올리고 있다. 유럽시장은 5조 원 규모인데 올해 10월15일 유럽에서 특허가 끝나고 임랄디도 이에 맞춰 출시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랄디 출시를 앞두고 애브비와 특허 소송을 벌였는데 로열티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특허 분쟁을 마무리했다. 경쟁사들이 모두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특허 만료 시점에 맞춰 출시하는 상황이기에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애브비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유럽에서 휴미라 가격을 최대 80%까지 낮춰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애브비는 노르웨이 국가의약품입찰에서 휴미라 입찰가를 기존 가격의 20%수준으로 써냈다.
이런 애브비의 정책에 유럽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시장은 얼어붙고 있다. 대부분의 공공입찰에서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이상 처방 데이터가 축적된 오리지널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올해 3월 유럽에서 출시한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 역시 고전하고 있다는 말이 나돈다.
온트루잔트는 유방암, 위암 치료 바이오의약품인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다.
허셉틴의 글로벌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8조 원인데 유럽시장 규모는 2조5천억 원에 이른다. 허셉틴 특허는 유럽에서 2014년에 만료됐고 미국 특허는 2019년 6월에 끝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11월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 판매 허가를 최초로 받았다. 경쟁사인 셀트리온의 제품 ‘허쥬마’보다 약 3개월가량 앞섰다. 온트루잔트 출시 역시 허쥬마보다 2~3개월 더 빨랐다.
그러나 최근 유럽 주요 입찰에서 허쥬마는 경쟁 제품들을 제치고 입찰에 성공하고 있다.
강양구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 허쥬마 판매량이 기대치를 상회했다”며 “현재 시장 점유율 7%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로 2019년에는 30%까지 차지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온트루잔트는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판매 허가도 보류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연말에 판매 허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머크(MSD)와 공동개발하고 있던 당뇨 치료제 란투스의 바이오시밀러 ‘루수두나’ 개발도 10월 머크의 개발 중단 결정으로 결국 좌초됐다.
머크(MSD)는 루수두나가 바이오시밀러 후발주자로서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루수두나 개발 중단, 애브비의 가격 공세 등을 감안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39조4천억 원에서 35조2천억 원으로 낮춘다”고 말했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돌파구 찾을 수 있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와 ‘플릭사비’, 임랄디, 온트루잔트 등 4종을 판매하고 있다.
▲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 |
베네팔리는 바이오의약품 엔브렐의, 플릭사비는 바이오의약품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이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시장에 안착시킨 바이오시밀러는 베네팔리 1종 뿐이다. 플릭사비는 셀트리온의 램시마에 밀려 시장 점유율 확대에 애를 먹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3분기에 유럽에서 베네팔리로만 매출 1400억 원가량을 냈고 플릭사비의 매출은 130억 원에 그쳤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가 제품이 자리를 잡지 못한 이유는 바이오시밀러시장의 경쟁 심화 때문이다.
베네팔리는 경쟁자 없이 유럽에서 출시하면서 시장을 선점했지만 바이오시밀러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제 특허 만료에 맞춰 다양한 바이오시밀러가 동시에 출시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 현지에 판매망이 없이 판매 대행을 맡기고 있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 삼성이라는 브랜드도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알짜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10월 말 희귀질환 치료제인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 임상계획을 발표했다. 솔리리스는 미국 알렉시온이 개발한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 바이오의약품인데 2021년 특허가 끝난다.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는 희귀병이라 솔리리스는 가장 비싼 바이오의약품으로 꼽힌다.
또 일본 다케다 제약과 손잡고 급성 췌장염 치료제 신약 ‘TAK-671’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임상1상을 시작했다.
급성 췌장염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는데 신약이 개발되면 시장규모가 연간 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은 “다케다제약과 공동 개발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연구개발 역량을 바이오 신약으로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