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익집단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져 카드 수수료율 해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상인단체와 카드업계 노동조합은 각각 카드 수수료 '인하'와 '인하 반대'를 주장하며 갈등을 빚었으나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상’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찾아내며 합세해 정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카드 수수료의 인하방안을 11월 안으로 확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 위원장은 “카드사들이 마케팅비용으로 쓰는 돈이 6조 원이 넘는다”며 “이 비용을 합리적으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다한 마케팅비용을 합리화하면 카드 수수료를 낮출 여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카드 수수료의 최종 원가 산정 시기가 가까워 오자 카드업계 노동조합과 상인단체 등 이익집단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로 구성한 금융공동투쟁본부 카드분과에 따르면 카드업계 노동조합은 13일 한국마트협회 등 상인단체 20여 개로 꾸려진 ‘불공정한 카드 수수료 차별 철폐 전국 투쟁본부’에 수수료 문제의 해결방법을 제안했다.
이 방안은 가맹점을 연 매출 규모에 따라 8개 구간으로 나누고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지금의 연 매출 5억 원 이하 가맹점에서 10억 원 이하 가맹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신 연 매출 100억 원을 초과하는 대형 가맹점 구간을 새로 만들고 수수료율 하한선을 두자고 카드 노동조합은 제시했다.
대형 가맹점은 수수료율을 높여서 카드사 이익과 직원들 일자리를 보전하고 영세 가맹점은 확대해 수수료 인하 혜택을 늘리자는 절충안인 셈이다.
상인단체 투쟁본부는 일부 항목에 동의하지 않지만 카드 노동조합이 내놓은 ‘차등 수수료 제도’에는 동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 노동조합 관계자는 “마트협회 등과 공감대를 발견했고 합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카드 수수료 인하 논쟁은 소상공인과 카드업계 노동자라는 두 ‘을’ 사이의 분쟁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각각 카드 수수료 인하와 수수료 인하 반대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두 집단이 공통의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가까워지면서 요구사항의 화살이 금융당국으로 향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받는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금융위원회는 구간별로 수수료율을 얼마만큼 조정할지 막판 조율을 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계층별로 지는 부담을 비슷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가맹점에 적용하고 있는 카드 수수료율은 연 매출 3억 원 미만의 영세가맹점은 0.8%, 3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 중소가맹점은 1.3%, 5억 원 이상의 일반가맹점은 2.3%다.
카드사와 수수료를 협상할 수 있는 '매출의 힘'을 지닌 백화점과 주유소 등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일반 가맹점보다 낮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7년 연 매출 1000억 원 이상 대형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1.91% 수준이었다.
2011년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2%, 영국은 1.65%, 프랑스는 0.7%였다. 중국은 2013년 수수료 상한을 2%에서 1.25%로 낮췄고 캐나다는 2017년부터 1.26%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규모별 차등은 주지만 모두 수수료를 낮춘다는 기존의 방침을 고수할지, 두 이익집단의 공통된 의견에 영향을 받아 일부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올릴지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