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13일 미래에셋그룹 현장점검을 마지막으로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의 이행 실태 점검을 마무리한다.
금감원이 7월에 내놓은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각 그룹들이 잘 준비하고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8월 롯데그룹을 시작으로 9월 현대차그룹과 DB그룹, 10월 삼성그룹, 한화그룹, 교보그룹, 11월 미래에셋그룹 등의 일정으로 감독대상인 7개 금융그룹을 모두 들여다봤다.
금감원은 점검한 내용과 각 그룹의 의견을 수렴해 12월에 최종안 발표하고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다만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실효성을 확보할 근거가 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이 국회 정무위원회조차 넘지 못하면서 이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0인이 6월에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을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7월에 국회 정무위원회가 새롭게 꾸려지는 과정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힘을 실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선순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다른 상임위원회로 자리를 옮기고 새 의원들이 참여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등 최근 감독 강화보다는 규제 완화로 태도를 바꾸면서 감독 강화의 대표격이었던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추진력을 잃었다는 시각도 있다.
시기적으로도 10월 국정감사에 이어 11월에는 국회 예산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은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야당이 ‘대기업 때리기’, ‘중복 규제’ 등을 내걸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국회 본회의 통과도 장담하기 어렵다.
모범규준은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각 그룹들이 이를 지키도록 할 이행 강제수단이나 위반했을 때 제재할 수단이 없다.
각 금융그룹들도 법안과 이에 따른 구체적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기초적 단계의 대응만 하고 있을 뿐 자본확충 및 계열사 지분정리 등 복잡한 작업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금융그룹 감독혁신단을 꾸리고 1년여 동안 추진해온 과제가 사실상 ‘요란한 빈 수레’에 그칠 수도 있는 셈이다.
금융위는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새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발의를 준비하는 등 계속해서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10월 국정감사에서 “금융그룹이 지닌 리스크를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기업집단에 소속된 금융그룹이 동반 부실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시범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통합감독제도가 국회에서 논의되고 제도화될 수 있도록 입법지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