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임기가 절반을 지났지만 회장 선거 당시 내걸었던 주요 공약은 실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5일 농협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회장이 회장 선거 당시 내걸었던 공약은 대부분 애초부터 현실성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 회장의 공약 가운데 가장 굵직했던 공약은 농협경제지주 폐지와 상호금융 독립법인화, 농협중앙회장 직선제다.
김 회장은 후보 시절 농협경제지주가 지역농협과 경쟁하게 되고 결국 규모가 작은 지역농협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농협경제지주의 폐지를 주장했다.
김 회장이 농협경제지주의 폐지를 주장할 당시에 이미 판매·유통 사업이 농협경제지주에 이관을 마친 상태였고 자재·회원경제 지원사업 등 2단계 이관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게다가 농협경제지주의 설립 근거는 법률이다. 농협경제지주를 폐지하려면 국회를 설득해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농업협동조합법 제161조의2 제1항은 ‘중앙회는 (생략) 농업경제와 축산경제에 관련된 사업 및 그 부대사업을 분리해 농협경제지주회사를 설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농협경제지주의 폐지에 부정적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당시 김 회장의 농협경제지주 폐지 공약에 대해 “농협경제지주는 농협조직을 효율화하기 위해 농축산식품부가 10년 동안 노력한 결과”라며 “농협경제지주 폐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과 주무부처의 반대를 고려하면 애초부터 실현 가능성이 없었던 공약을 지역농협 조합장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주장한 셈이다. 실제로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장에 취임한 지 일주일 만인 2016년 3월21일에 농협경제지주 폐지 공약을 철회했다.
김 회장은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농협경제지주를 법에 따라 받아들일 것”이라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만나 경제지주 등을 포함한 정부의 농협사업구조 개편 문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농협의 단위조합에서 자체적으로 맡고 있는 상호금융의 독립법인화도 주요 공약이었다. 농협중앙회의 상호금융 업무를 분리해 개별 단위법인의 연합회 형태로 만들거나 별도 지주회사 형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상호금융이 이익을 내면 지역농협에 돌려줘야 하는 데 현재는 농협중앙회에 정체돼 있다”며 “상호금융을 별도의 은행으로 독립시켜 5% 이상의 수익을 지역농협에 환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금융의 분리는 농민단체와 회원조합이 요구해온 사항이지만 농협중앙회의 재정상황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상호금융을 별도 법인화하려면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 지표를 만족해야 하는데 2017년 말 기준으로 농협중앙회의 차입금은 20조8천억 원에 이른다.
농협중앙회의 차입금 규모는 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거치며 빠르게 늘어 2011년에 3조5100억 원에서 6년 동안 6배 정도로 늘어났다.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공약도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농협 관계자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농협중앙회장은 민선으로 바뀐 뒤부터 전국 조합장의 직선제로 뽑았지만 선거 관련 부정과 부패가 심해져 이를 막고자 2009년 농업형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조합장 가운데 대의원을 통한 간선제로 바꾼 것이다. 정부도 직선제 전환에 부정적이다.
농협중앙회장은 민선으로 바뀐 뒤 선거 때마다 선거부정 시비가 있었고 전임 농협중앙회장 4명 가운데 3명이 사법처리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의 직선제 전환은 실현 가능성과 관계 없이 김 회장이 입후보했을 당시 후보 6명 가운데 5명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김 회장도 ‘인기영합’ 측면에서 내걸었던 공약이라는 말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