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유한양행> |
[비즈니스포스트]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미국 진출에 따라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제2, 제3의 렉라자 확보에 속도를 낸다.
렉라자 개발에 바탕이 됐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가능성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기술 도입해 상용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23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콘래드호텔에서 ‘FDA 승인 이후 유한양행의 경영방향’을 놓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조 사장뿐 아니라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총괄사장, 이영미 R&BD본부장 부사장, 오열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 부사장, 임효영 임상의학본부장 부사장 등 렉라자 개발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직접 발표를 진행했다.
조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성과는 회사 발전의 이정표라고 생각한다”며 “제2 렉라자 탄생을 위한 신약개발 업무에 더욱 집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렉라자는 20일(현지시각) 미국 FDA로부터 얀센의 이중항체 항암제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 L858R 치환 변이가 확인된 국소 진행성이나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국내에서 항암제로 미국 FDA에서 허가를 받은 첫 번째 사례다.
조 사장은 이번 성과 바탕에는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뒷받침됐다고 설명했다.
렉라자는 원개발사인 오스코텍 자회사 제노코스에서 개발한 물질로 2015년 유한양행이 기술을 수입한 이후 물질 최적화와 공정개발, 비임상 및 임상연구를 통해 렉라자 가치를 높여 2018년 얀센바이오테크에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유한양행은 현재까지 모두 35개 제약사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면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16개를 확보했다.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하고 있는 신약후보물질까지 더하면 35개로 절반가량이 오픈이노베이션의 결과물인 셈이다.
특히 올해는 국내에서 렉라자의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등재 및 미국 FDA 승인 성과 등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투자에 힘을 주고 있다.
▲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가운데)이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가 끝난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김열홍 R&D 총괄사장은 “올해 2500억 원에 이르는 연구비를 투입할 것”이라며 “제2, 제3의 렉라자 탄생을 위한 신 후보물질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이 2023년 연구개발비로 1945억 원을 투입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미래를 위한 투자 규모를 30%가량 늘리는 것이다.
현재 국내 대형 제약사로 꼽히는 대웅제약이나 한미약품 등이 매출의 10% 안팎의 비용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한다는 점에 비춰봐도 올해 유한양행의 연구개발비는 크게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은 이뿐 아니라 현재 개발하고 있는 신약후보물질 가운데 제2, 제3 렉라자로 기대되는 물질도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고형암 신약 'YH32367' △비알코올성지방간염(MASH) 치료제 'BI3006337' △알레르기 약물 'YH35324' 등이다.
오열홍 중앙연구소장 부사장은 “임상 단계에 진입한 신약후보물질이 얼마나 있는 지가 중요한데 올해 8개 파이프라인이 현재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며 “올해 하반기 및 내년까지 4개 후보물질을 임상 단계까지 개발해 12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렉라자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도 더욱 강화한다.
이정미 R&BD 본부장 부사장은 “오픈이노베이션이 유한양행 혁신의 원천이자 렉라자 글로벌 시장 진출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글로벌 진출 가속화를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유한양행은 현재까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50여 곳에 5천억 원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 곳은 35곳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포함해 모두 5개 과제를 세계적 제약사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계약 규모만 따져보면 4조7천억 원에 이른다.
특히 렉라자를 통해 신약개발 전주기를 성공적으로 경험한 만큼 앞으로 더욱 쉽게 제2, 제3의 렉라자를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보였다.
김열홍 사장은 “신약개발의 모든 분야에서 파트너사와 협력하면서 성공적 작품을 만든 경험을 통해 조금 더 쉽고 효울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글로벌 상업화에도 도전한다는 뜻도 조심스럽게 내보였다.
조 사장은 “이번 경험을 통해서 개인적으로는 임상 비용이 적게 드는 희귀의약품인 고셔병 치료제는 저희 손으로 끝까지 (상업화에) 가볼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며 “다른 후보물질의 경우 아직까지 기술력뿐 아니라 임상을 위한 비용이 막대한 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