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08-14 16: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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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광복절 특사로 사면되는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이 사업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 성장둔화의 여파가 배터리 산업 가치사슬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이 사면됨에 따라 에코프로그룹의 투자 재검토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그룹은 고객사의 가동률 회복에 맞춰 생산설비 증설투자의 속도조절이 필요한데, 창업주인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로 굵직한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주력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의 투자 속도조절 대상으로 북미공장과 포항에 조성 중인 CAM8, CAM9 등이 거론되고 있다.
북미공장은 에코프로비엠, SK온, 포드 등 3사의 합작법인이 지난해 8월부터 캐나다 퀘백주에 세우는 양극재 생산공장이다. 연간 4만5천톤의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곳으로 기존 완공 예상 시점은 2026년 상반기다.
CAM8, CAM9는 각각 2024년 말, 2025년 말 가동이 예정된 양극재 생산 공장으로 생산능력은 각각 연간 3만6천 톤, 5만4천 톤이다.
앞서 에코프로비엠은 6월31일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2027년까지 연간 71만 톤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하기로 한 기존 계획을 일부를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이동채 전 회장의 사면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13일 이동채 전 회장의 사면이 결정된 만큼 조만간 구체적 계획이 세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이 전 회장의 복귀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에코프로그룹의 신규사업이나 투자 대부분을 주도한 만큼 이른 시일에 경영 복귀할 공산이 크다.
에코프로그룹은 이 전 회장의 구속 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으나 중요한 경영 의사결정에서 과단성과 신속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 에코프로그룹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이 투자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캐나다 퀘벡주에 조성하고 있는 양극재 생산공장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퀘벡 공장의 조감도.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그룹은 전방시장의 성장둔화와 메탈가격 하락세라는 이중고에 빠져 있다. 게다가 예상보다 회복시기가 지연됨에 따라 증설 계획의 일부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고객사인 삼성SDI와 SK온은 당분간 북미, 유럽 완성차업체를 중심으로 배터리셀 수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언급한 바 있다”며 “이로 인해 에코프로비엠의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수요 회복은 하반기에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1조7800억 원, 영업이익 106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54.6%, 영업이익은 95.2%가 줄어들며 실적부진에 빠졌다.
다만 일부 투자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한다.
에코프로비엠이 헝가리에 건립하고 잇는 EA1 양극재 공장은 예정대로 2025년 3분기 가동에 들어간다. 이곳은 연간 5만4천 톤의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또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CPM3·4공장 등 전구체 생산설비 증설은 예정대로 진행하고 외부 고객사 확보에도 나선다.
이 전 회장은 2020년 1월~2021년 9월 에코프로비엠의 중장기 공급계약 관련 정보가 공개되기 전 차명계좌로 미리 주식을 사들인 뒤 되팔아 11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돼 2023년 5월 구속됐다.
이 전 회장은 구속직전까지 회장 직함으로 국내외 공식 행사에 참석하며 사실상 총수로서 회사 안팎의 일들을 챙겨왔다. 그의 공백기에는 그룹을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사장이 이끌어왔다.
에코프로그룹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 시점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언급하긴 어렵다”며 “경영현안을 보고받고 판단을 내려야 하기에 투자시점과 관련해 당장 연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