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6-21 1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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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후발주자 대웅제약이 선두업체 HK이노엔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국내 처방규모를 키우는 한편 활발한 기술수출을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중이다.
▲ 대웅제약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를 앞세워 HK이노엔 '케이캡'과 격차를 좁히고 있다.
21일 대웅제약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국내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성분이름 펙수프라잔)’를 처음 출시한 뒤 올해 5월까지 누적 처방액 31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HK이노엔이 처음 위식도역류질환시장에 진출했을 때와 비슷한 성적이다. HK이노엔은 2019년 3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이름 테고프라잔)’을 출시해 같은 해 12월까지 처방액 309억 원을 달성했다.
물론 현재를 기준으로 보면 시장에 먼저 진입한 HK이노엔이 우위에 있다. 1분기 처방액은 대웅제약 펙수클루 108억 원, HK이노엔 케이캡 357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성장세는 대웅제약 쪽이 훨씬 높다. 펙수클루 처방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6% 증가한 반면 케이캡 처방액은 15.2% 성장에 머물렀다.
대웅제약이 국내에서 머지않아 HK이노엔과 비슷한 수준의 처방 규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대웅제약은 상반기 안에 주요 상급종합병원 진출을 마무리해 안정적으로 처방처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 기업은 해외시장 공략에도 각각 속도를 내고 있다. 추격하는 입장인 대웅제약이 더욱 적극적이다.
HK이노엔은 앞서 글로벌 국가들과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해 1분기 기준 35개 국가에 진출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중국과 필리핀, 몽골 등에 제품을 출시해 로열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028년 100개 국가 진출이 목표다.
대웅제약의 경우 HK이노엔보다 1년 앞당겨 2027년 100개 국가 진출을 이정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현재까지 중국과 중남미 등을 대상으로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중국에서는 올해 품목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정됐다.
대웅제약과 HK이노엔은 장기적으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를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육성한다는 데도 공통점을 갖고 있다. 블록버스터 신약은 글로벌 매출 1조 원을 기록한 제품을 의미한다.
대웅제약은 2030년까지, HK이노엔은 2028년까지 각각 펙수클루와 케이캡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기로 했다. 작년 기준으로 대웅제약 매출이 1조2800억 원이었고 HK이노엔은 매출 8500억 원가량을 거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약에 걸린 기대감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웅제약과 HK이노엔이 이처럼 신약의 성장을 자신하는 것은 그만큼 펙수클루와 케이캡 등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계열 약물이 지닌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의 주류였던 양성자펌프억제제(PPI)계열 약물은 위산 억제효과를 보기 위해 식사 전에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또 약효가 오래 가지 않는 한편 야간에 위산 분비를 조절하는 데 한계가 존재했다.
반면 P-CAB계열 약물은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복용 가능한 데다 약효가 빠르고 오래 지속된다는 특징을 지녀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대웅제약과 HK이노엔이 펙수클루와 케이캡을 출시한 뒤로 국내 PPI계열 약물들은 P-CAB계열 신약에 점차 자리를 내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조사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1분기 기준 국내 소화성궤양용제시장에서 P-CAB계열 약물 점유율은 15.5%로 작년 11.3%보다 높아졌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