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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최태원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조기에 석방되면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까?
◆ 박용만, 최태원 사면 거듭 간청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22일 최태원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광복절 특사를 요청했다.
박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태원 회장과 김승연 회장은 기회를 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모범적 기업을 만드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간곡히 소청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이 2년 밖에 남지 않았다”며 최 회장 사면이 절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올해 1월에도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박 회장의 이런 발언들은 SK그룹의 절박함과 맞닿아 있다. 최 회장의 사면은 SK그룹의 가장 큰 과제인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구조개편과 긴밀히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30대그룹 사장단은 지난 7월9일 공동성명을 내고 최 회장 등 기업인 사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SK그룹 지배구조 개편 어떻게 진행될까
SK하이닉스는 22일 자사주 2200만주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자사주 취득은 SK그룹의 지배구조 재편과 맞물려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인 SK텔레콤의 현재 지분율은 20.07%로 지배주주로서 낮다”며 “이번 자사주 매입이 당장 경영권 강화 등으로 이어지기 어렵겠지만 SK그룹의 지배력 강화에도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SK와 SKC&C의 합병으로 궤도에 오른 상태다.
‘최태원 회장→SK C&C→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던 그룹의 지배구조는 합병을 통해 ‘최태원 회장→통합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단순화했다.
최 회장은 합병으로 지주사인 SK를 직접 지배하지 못하고 SKC&C를 통해 우회 지배하던 ‘옥상옥’ 구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숙제는 남아 있다. 합병법인 SK가 SK하이닉스를 직접 지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로 있다.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30조 원이 넘는 메모리분야 세계 톱3 회사인데 SK하이닉스가 SK텔레콤 자회사로 존재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SK그룹은 파악한다.
SK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SK그룹의 신성장 포트폴리오에 LNG, 제약, 반도체소재, 반도체모듈 등이 포함돼 있다. SK는 반도체소재와 모듈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소재분야의 인수주체는 SK하이닉스가 유력하다. 그런데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는 증손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현재 지배구조에서 통합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어떤 중견기업을 인수하려면 지분을 100%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한계 때문에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다음 수순을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라고 전망한다. 지주사 SK가 SK텔레콤을 거치지 않고 직접 SK하이닉스를 지배하는 형태로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다.
증권가에서 두 가지 방식이 거론된다.
첫 번째는 지주사 SK가 합병을 통해 보유하게 된 SKC&C의 IT서비스 부분을 떼내 SK텔레콤이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과 교환하는 것이다.
SK와 SK텔레콤이 지분을 교환하면 SK는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둘 수 있다. 현재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 20.77%를 보유하고 있다.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방법은 아직 불확실하나, SK하이닉스 지분이동이 SK그룹 전체의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것은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이 방식은 SK와 SK텔레콤의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이 과정에서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다.
또 다른 방식은 SK텔레콤을 쪼개는 것이다.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계열사의 지분을 들고 있는 투자회사로 나눈 뒤 투자회사를 지주사 SK에 합병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가 지주회사의 바로 아래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이 방법도 약점이 있다. 분할과정에서 헤지펀드 등으로부터 공격받을 위험성이 있고 통신이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분할을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어떤 방법이든 지배구조 개편은 SK그룹의 당면과제다. SK그룹 입장에서 최태원 회장이 복귀해야만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SK그룹이 최 회장의 사면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유현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