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9-08-07 17: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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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빼면서도 개별허가만 허용되는 수출품목을 더 늘리지 않은 점을 놓고 한국 정부의 대응에 따라 무역갈등 수위를 조절하려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7일 무역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일본 정부가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른 한국 기업의 직접적 피해도 당장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 중심으로 제한될 수 있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일본 정부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핵심소재 품목 3개를 개별허가만 가능한 품목으로 지정했다.
개별허가는 심사 기간만 최대 90일에 이르러 관련 품목을 수입하는 한국 기업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탄소섬유와 공작기계 등을 개별허가 품목으로 추가 지정해 경제보복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7일 개별허가 품목을 늘리지 않았고 한국 대상의 특별일반포괄허가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자율준수프로그램(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은 한국에 비민감 전략물자 품목을 수출할 때 기존과 같은 유효기간 3년의 특별일반포괄허가가 적용된다.
이를 놓고 일본 정부가 한국과 무역갈등을 둘러싼 국제여론과 일본 수출기업의 피해 가능성을 고려해 개별허가만 가능한 수출 품목을 일단 늘리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컨대 한국은 공작기계 생산규모 기준으로 글로벌 6위를 차지한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강화되면 글로벌 공작기계시장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를 개별허가 품목으로 지정한 뒤부터 글로벌 반도체업계 전반의 피해 가능성이 외신을 중심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사들이는 산업용 기계와 자동차 등의 상품 수입액도 2018년 기준 540억 달러에 이른다. 일본의 주요 무역국가 가운데 세 번째로 수입 규모가 크다.
다만 일본 정부가 한국과 무역분쟁을 유보할 의사를 확실하게 나타냈다고 보기도 힘들다. 시행세칙 개정은 손쉬운 만큼 향후 개별허가만 가능한 품목을 추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국내외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염두에 두고 개별허가 품목을 늘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한국 정부의 대응을 살펴가면서 향후 개별허가만 가능한 품목을 추가로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의 경제적 대응보다는 정치적 결정이 개별허가 품목의 추가 지정 여부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8월15일 광복절을 맞이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한국과 일본 무역갈등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 전문가는 “일본이 반도체 소재품목 3개의 개별허가를 확실하게 거부하지 않은 데다 일본 정부 인사들도 경제보복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강화를 경제보다는 정치적 사안으로 판단한다는 정황증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