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기업이 과거 공격적 확장으로 외형을 키우던 데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에 힘쓰고 있다.
SK그룹과 한화그룹, 롯데그룹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거명되는 기업들은 모두 인수설을 부인하고 있다.
아직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만큼 몸값을 낮추기 위한 연막작전으로만 볼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희소성 등을 놓고 보면 다시 나오기 쉽지 않은 매력적 매물이다. SK그룹이나 롯데그룹, 한화그룹 등 자금력과 경영능력을 갖춘 곳에서 충분히 노릴 만하지만 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의 항공엔진부품 전문기업 이닥을 3500억 원가량을 들여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런 사실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미 밝혔던 것과 같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한 적도 없고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다시 한 번 못박았다.
신현우 대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앞으로도 주력사업인 항공엔진과 항공기계 등 첨단기술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그룹은 2022년까지 항공기부품과 방위산업분야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4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한화그룹은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유력후보로 꼽혔다. 한화그룹의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그동안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기업을 사들이며 그룹을 키웠기 때문이다.
김승연 회장은 1980년대 한양화학(한화케미칼), 정아그룹(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을 인수해 몸집을 불렸고 2000년대 들어서도 동양백화점(한화타임월드), 대한생명(한화생명)을 인수했다. 2010년 이후 솔라펀, 큐셀 등 태양광기업들(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2015년 삼성그룹의 방산과 화학계열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테크윈, 한화토탈 등) 등을 인수하며 재계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번에 이닥을 인수하면서 주력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사업을 인수해 시너지를 낸다는 인수합병 전략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보다 경영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면서 인수합병을 추진할 때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아졌다. 기존에 하고 있는 사업과 시너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 등을 더욱 면밀하게 평가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롯데그룹과 SK그룹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SKC는 최근 세계 1위 배터리동박업체 ‘KCFT’를 1조2천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9.8GWh 규모의 전기차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배터리를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5월 5G이동통신 인프라 투자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에 부정적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항공산업이) 국민생활에 기여할 측면이 많지만 우리는 더 기술적 사업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 사장은 앞으로 3~4년에 걸쳐 13조 원을 투자해 5G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SK텔레콤의 통신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항공운수업과는 거리가 멀다.
롯데그룹 역시 주력사업인 화학과 유통을 중심으로 5년 동안 모두 5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특히 화학사업에 더욱 힘을 실을 가능성도 높다. 롯데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유통기업에서 화학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화학사업의 롯데그룹 이익 기여도는 2013년 말 기준 22%에 그쳤지만 현재 50%도 훌쩍 넘어섰다.
롯데그룹은 2030년까지 석유화학사업에서 매출 50조 원, 순이익 7조 원을 거둬 세계 7위로 도약한다는 계획도 세둬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거명되는 SK그룹, 한화그룹, 롯데그룹은 모두 최근 10년 사이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외형을 크게 키운 곳들”이라며 “그러나 세 그룹 모두 앞으로는 주력산업과 신성장동력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리면서 한화그룹은 방산과 항공 관련 첨단사업, 롯데그룹은 화학사업에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