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기,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 기업공개로 왜 마음 바꿨나

▲ 문창기 이디야 회장.

문창기 회장은 창립 16주년을 지나고 있는 이디야를 저서에서 '사춘기'라고 표현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디야는 원두를 직접 로스팅할 수 있는 공장을 짓기 위해 기업공개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국내 가맹점 수가 벌써 2200개에 이르지만 아직 만족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문 회장은 커피전문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순한 가격싸움에서 벗어나 이디야 커피 맛을 차별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국내 커피전문점은 무려 9200여 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60%가 커피프랜차이즈인 데다 ‘저가 커피’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빽다방의 경우 2014년부터 본격적 저가공세를 시작했는데 가맹점 24개로 시작해서 지난해 526개로 20배가 넘게 늘었다. 더욱이 편의점마저 저가 커피 경쟁에 뛰어들면서 이제 1500원이면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실 수 있게 됐다. 

가성비로 유명한 이디야지만 가격만으로 승부해서는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문 회장 역시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점차 경쟁력 없는 커피전문점은 도태하는 등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본다"며 "장기적으로는 가격보다 맛 중심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로스팅공장 건립을 위해 커피프랜차이즈 최초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로스팅공장을 세우면 그동안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납품받아오던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만큼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디야 관계자는 “연구개발한 원두를 로스팅공장에서 자체 생산하게 되면 더 맛좋은 커피를 합리적 가격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원가절감을 통해 가맹점주 수익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기업공개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본사가 주주들로부터 이익을 내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면 가맹점주들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다툼이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성장을 이어가려면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회장은 지난해에도 커피연구소를 신사옥으로 옮겨 '이디야 커피랩'으로 재편하면서 맛 연구개발에 한층 힘을 실었다. 

이디야 커피랩은 문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만든 곳으로 연구개발센터이자 고객들의 반응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안테나숍 역할을 한다.

무려 1653㎡(500평) 규모인데 커피 맛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를 자체 항온과 항습시스템 설비로 통제하면서 국내외 다양한 커피에 관한 분석을 하고 있다. 

문 회장은 틈날 때마다 커피랩을 둘러보고 평일 오후 이 곳에서 종종 커피를 마시는 등 각별한 애착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디야는 커피랩에서 연구개발한 커피를 고객에게 선보이고 반응이 좋은 메뉴는 전국 가맹점에 내놓는다. 올 초 출시된 질소커피 '이디야 리얼 니트로', 인기 디저트 '스틱케익' 등이  '이디야커피랩'에서 먼저 반응을 본 뒤 전국 매장에 출시해 성공시킨 대표적 메뉴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디야의 경상연구개발비는 2015년 7억9900만 원에서 지난해 13억2천만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문 회장은 “현재 이디야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공존한다”며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는 소년처럼 내부에 열정도 가득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