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가 현대글로비스를 평가할 기회가 될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 지주사의 자회사가 돼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고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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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
최고운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현대글로비스 지배구조변화는 필연적”이라면서 “앞으로 배구조 이슈에서 벗어나 순수 물류회사로 재평가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대글로비스는 오너일가 지분이 29.9%로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요건인 30%를 넘지 않는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앞두고 오너일가가 지분 일부를 처분하면서 지분을 29.9%에 맞췄다. 이 때문에 규제회피를 위한 변칙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요건을 2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현대글로비스가 규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최고운 윤태호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는 경영권 승계의 재원으로 설립 이후 급성장했다”면서 “매출의 60%가 현대차그룹에서 발생하는데 규제강화로 계열사간 거래에 제동이 생겨 오너일가 지분이 기업 성장에 부담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현대차그룹이 이전처럼 지분율을 낮추는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현대차그룹이 지분가치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두 연구원은 “오너일가의 연이은 지분매각은 쉽지 않고 주가가 하락할 경우 남은 지분을 경영권 승계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가치도 감소한다”며 “무엇보다 정부 규제강화를 우회적으로 피하는 방안이라 부담이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포기 선언 뒤 사업가치가 재조명된 삼성SDS의 사례를 들어 현대글로비스도 순수 사업회사로 재평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SDS는 4월27일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포기 선언 이후 지배구조 이슈에서 벗어나 순수 사업회사로 평가가 진행됐다. 시장은 블록체인, AI 등의 사업경쟁력과 보유 현금활용 방안 등 삼성SDS의 영업가치에 주목했고 주가도 올랐다.
오너일가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정리해야 현대글로비스가 오히려 성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두 연구원은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로 오너일가와 현대글로비스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사라지면 현대글로비스가 유코카캐리어 등 계열사 거래를 확대할 여지가 있다”며 “기업의 성장을 위해 오너일가와 현대글로비스의 연결고리를 해소하는 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지주사를 설립할 경우 오너일가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현물출자하고 지주사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두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지주사를 설립하고 모비스홀딩스에 현대글로비스를 현물출자할 가능성이 크다”며 “오너일가는 모비스홀딩스 지분을 확보하고 현대글로비스는 모비스홀딩스의 자회사가 돼 일감몰아주기 이슈는 소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