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문재인 정부에서 지주사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자금줄로 꼽히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어떻게 활용될지를 놓고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지배구조개편을 당장 추진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라도 중장기적으로 지주사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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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재벌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순환출자고리의 해소문제를 주요 공약에서 뺐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이 고리를 해소하는데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와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재계는 바라본다.
증권가는 현대차그룹이 주요 계열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들을 합병해 지주사체제를 갖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문제는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다. 정 부회장은 1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차의 지분 2.28%와 기아차의 지분 1.74%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에서 핵심 역할을 할 주요계열사의 지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개편에 시동을 걸 경우 정 부회장이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정 부회장은 비상장기업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을 1분기 말 기준으로 11.72% 확보하고 있다. 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으로 산출한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22일 현재 6744억 원 규모다.
투자금융업계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해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계획을 공식화할 경우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가치가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대엔지니어링 가격도 최근 주당 75만7500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약 3달 전과 비교해 20% 넘게 오른 것이다. 지배구조개편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을 현대건설과 합병해 우회상장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의 합병이 성사되면 까다로운 기업공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단기간에 상장주식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회상장이 추진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정 부회장에게 최대한 유리한 비율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비율을 산정할 것으로 점쳐진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