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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왼쪽)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
미세먼지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생활가전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기청정기에 이어 의류건조기와 관리기 등 미세먼지와 연관된 건강관리가전에 소비자의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사물인터넷 가전의 활용성을 증명할 수 있는 값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미세먼지가 새 가전 수요 창출
16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에서 공기청정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70% 급증했다. SK플래닛의 오픈마켓플랫폼 11번가의 전체 공기청정기 매출도 같은 기간 166% 증가했다.
공기청정기의 수요가 미세먼지 악화로 크게 늘어난데다 소비자들이 실제 성능에도 민감해지며 고가제품의 판매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미세먼지 평균농도는 최근 3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미세먼지는 대선후보들의 핵심공약으로도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의 판매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는데 미세먼지와 관련된 생활가전제품에도 고가전략을 적극 적용해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판매된 공기청정기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공기정화를 강화하는 ‘클린부스터’ 기능을 적용한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밝혔다. 출고가가 74만9천 원에서 121만9천 원까지인 고가제품이다.
LG전자는 2015년부터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등 건강과 직결되는 가전에 ‘퓨리케어’ 브랜드를 적용한 뒤 공기청정기를 건강관리에 필수적인 제품이라고 소개하며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퓨리케어 공기청정기 매출은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세탁기 ‘트윈워시’와 냉장고 ‘디오스’ 시리즈를 이으며 LG전자의 브랜드가치를 인정받는 효자상품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LG전자는 초고가 가전 ‘시그니처’ 시리즈에도 149만 원의 공기청정기 라인업을 포함하며 프리미엄 가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1분기에 공기청정기 생산량이 지난해 1분기보다 2배로 늘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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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의류관리기 '스타일러'와 퓨리케어 공기청정기. |
LG전자의 고가 의류관리기 ‘스타일러’ 시리즈도 미세먼지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슬림스타일러’는 2015년 초 출시됐는데 현재까지 국내에서 누적판매량 10만 대 가운데 1만 대가 올해 1분기에 판매됐다.
스타일러는 옷장 형태의 기기로 옷을 자동으로 다림질하거나 냄새를 제거한다. 슬림스타일러의 경우 ‘미세먼지 제거’ 기능을 추가해 소비자들에 활용성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에서 거의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던 의류건조기를 올해부터 정식판매하기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에서 1분기에 판매된 건조기 매출을 보면 세탁가전 매출비중의 20%까지 성장했다. 지난해 1분기엔 5%에 그쳤지만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빨래를 널어 말리는 데 불안감이 커지며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에어컨 판매도 공기청정기능이 포함된 고가모델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자동으로 집안의 먼지를 청소할 수 있는 로봇청소기 역시 미세먼지와 연관돼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등 환경악화와 건강관리에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며 공기청정기와 같은 관련제품이 점점 냉장고나 세탁기와 같은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생활가전사업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 사물인터넷 활용성 증명할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가에 판매하는 프리미엄 가전을 일반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소비자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실질적 가치를 증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프리미엄 가전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사물인터넷 기능을 적용해 내놓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물인터넷 가전은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연결해 원격으로 동작을 제어하는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과 가전 등을 모두 연결하는 플랫폼 구축이 최대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 사물인터넷 가전의 실제 활용성을 증명하기 어려운 점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최대 과제로 꼽힌다. 단순히 원격제어를 위해 소비자가 고가 가전을 구매할 이유가 작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기청정기와 같은 건강관리가전의 판매확대는 사물인터넷 기술이 실제 소비자의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좋은 기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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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공기청정기 '블루스카이'의 사물인터넷 기능. |
LG전자는 사물인터넷 기능으로 날씨정보를 받아들인 뒤 자동으로 반영하는 세탁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세탁물의 헹굼시간을 스스로 늘리는 식이다.
올해 초 출시된 LG전자 휘센 에어컨은 인공지능을 통해 실내 환경과 사람 수 등을 파악한 뒤 공기청정기능의 작동 여부를 스스로 결정한다. 공기청정기 역시 비슷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신제품도 사용자의 생활패턴을 학습해 동작을 결정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에어컨 실외기가 수집한 외부공기 정보를 받아들여 적용하는 기능도 포함한다.
공기청정기 특성상 사용자가 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가동을 시작해야 쾌적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사물인터넷 기술의 활용성을 높인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집 밖에서 원격으로 가전제품을 미리 동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공기청정기 등을 시작으로 사물인터넷 가전에 입문할 경우 같은 플랫폼 안에서 동작하는 다른 가전제품도 구매할 공산이 크다. 미세먼지 악화에 따른 새 프리미엄 가전의 수요가 확대될 수 있는 셈이다.
공기청정기 등 건강관리가전의 수요는 환경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 인도 등 아시아지역에서 일제히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진출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