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22일 서울 여의도 IFC몰 더포럼에서 '두산그룹 사례로 본 상장회사 분할합병 제도의 문제점'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이정현 변호사가 이번 합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해 기업 분할합병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IFC빌딩 더포럼에서 ‘두산그룹 사례로 본 상장회사의 분할합병 제도의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두산그룹의 사례는 상장 계열사간 합병시 기준시가(시가총액)으로만 평가하라고 자본시장법이 강요를 하라는 점이 문제다”고 말했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상장 계열사간 합병 시 기준시가 이외에 다른 방식으로 합병가액을 평가하고 있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시가총액은 현재 5조 원대로 엇비슷해 합병비율을 산출할 때 두산밥캣이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평가받고 두산로보틱스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두산밥캣은 2023년 연결기준 매출 9조8천억 원, 영업이익 1조4천억 원을 기록한 알짜기업인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2023년 매출 530억 원, 영업손실 191억 원을 낸 적자회사다.
천 부회장은 “현 제도는 과거 기업집단의 자의적 평가·조작 우려를 방지한다는 의의가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두산그룹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은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두고 두산로보틱스가 두산에너빌리티 투자사업 부문을 흡수합병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전량(약 46%)을 보유한 투자회사를 인적분할한 뒤 이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시킨다. 두산로보틱스는 잔여 두산밥캣 지분을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취득한다.
이를 두고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천 부회장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지주사 두산의 두산밥캣 지분율은 기존 13.8%에서 42%로 상승한다”며 ”만약 두산로보틱스가 지난해 10월 상장 당시 공모가 수준으로 평가됐다면 같은 거래에서 지주사 두산의 두산밥캣 최종 지분율은 18.7%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인적분할 합병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하는 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등 각 회사의 이사회가 주주이익을 검토하지 않았다”며 "개별 회사 관점에서 회사와 주주에 대한 이익인지 검토하기 위해 3사 모두 이사회를 다시 개최해 재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