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산물 판매 확대를 강조해 온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어업을 뒤흔들 수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사진은 노 회장이 임기 첫날인 3월27일 새벽 노량진시장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수협중앙회> |
[비즈니스포스트] ‘어업인이 부자되는 어부(漁富)세상’을 내세워 온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국내 어업을 뒤흔들 수 있는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다.
수산업계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라는 큰 산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노 회장이 취임 초부터 강조한 수산물 판매 확대 노력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수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어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코앞으로 다가온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다. 일본 정부가 이르면 4월부터 후쿠시마 제 1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결정을 최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수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염수 방류로 2010년대에 이미 큰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어서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2012년도에 유출이 됐을 때도 수산물 판매량이 급감했다”며 “그보다 더한 대량 방출인데 그때보다 영향이 더 클 것 같고 실제 여파가 어떨지는 상상도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이제까지 수산물 판매에 큰 악재로 작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5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수산물 소비를 줄였다고 응답한 소비자 비중은 81%였다. 2021년 소비자시민모임이 진행한 ‘일본의 오염수 해상방류 결정 뒤 수산물 안전 인식 조사’에서도 91.2%가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변했다.
이런 추세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제주도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서도 조사대상자 가운데 83.4%는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수산업이 큰 위기를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최근 수협중앙회가 수산물 판매 확대를 위해 잰걸음을 내딛는 이유다.
취임 일성으로 수협을 '바다의 쿠팡'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어업인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유통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수협쇼핑을 성장시켜 수산물 판매채널을 다변화하려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수협은 수협쇼핑 온라인채널의 제휴몰을 10개사로 늘리고 수산가공품 직매입을 통해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을 확보해 수산물 판매 대표 채널로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수협쇼핑은 그동안 성장이 정체된데다 일반 소비자보다도 수협 임직원들이 다른 품목들을 구매하는 곳으로 비춰져 '수협 임직원 복지몰'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수협쇼핑에서 판매되는 수산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제휴몰도 늘려 성장한다면 수산물 판매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 회장은 이벤트성 행사에도 정성을 들일 정도로 판로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수협은 충남 예산시장에서도 유명 요식업체와 협력하며 수산물 판매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예산시장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전통시장을 현대적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1일 재개장 첫날에만 1만5천 명이 몰리는 등 사람들의 폭발적 관심을 얻고 있다.
수협은 이 예산시장에 제주 은갈치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제주 은갈치 가게’를 제안해 열었다. 수협은 지난해 11월에는 ‘수협 백종원의 추억의 고등어 조림’을 내놓는 등 더본코리아와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갈치와 고등어 밖에도 다른 수산물 상품도 수산물 판매 확대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협의 본래 업무인 수산물 판매에 충실히 노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수산식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4일 국립수산과학원장과 만나 수산식품 연구 강화, 수산통계 자료 공유 등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움직임은 노 회장의 어업 강조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지난 3월24일 열린 취임식에서 수산물 판매 확대 의지를 밝히며 수협을 ‘바다의 쿠팡’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기를 새벽 노량진 새벽수산시장에서 시작하며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 회장은 이날 “수협이 이익을 창출해 어업인에 직접적 지원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어업인 소득증대 유발 효과가 큰 수산물 소비 촉진에 중점을 두고 중앙회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런 수산물 판매 확대 노력과는 별개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직접 목소리는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산업계에서는 오염수 방류가 국가 사이의 일인데다 전통적으로 해양수산부의 입김이 거센 수협중앙회의 특성상 먼저 나서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 회장이 예전에 냈던 의견처럼 방류 이후 대책 마련 요구에 집중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는 중앙회장 당선 직후 지역신문을 만나 “현재 기술·과학으로 해류 흐름에 따른 방사능 수치 측정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며 “전국 위판장에 검역소를 설치해 수산물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국민에 확인해 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소비 위축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