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정부가 2025년 1분기까지 철강 감산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 철강업계는 더 이상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연합뉴스>
철강을 대거 필요로 하는 건설 산업의 침체와 함께 글로벌 경기 둔화가 맞물리며 철강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만큼 중국의 철강 생산량이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게다가 중국 철강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을 확대하며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국내 철강 기업들이 첨단 기술력을 서둘러 확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일 철강업계 안팎을 살펴보면, 2025년에는 중국 부동산 시장 부진, 글로벌 경기 둔화, 무역 장벽 강화 등으로 과거 2021년과 달리 중국 감산 효과가 한국 철강산업의 수익성에 미칠 긍정적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의 감산 정책에도 웃지 못하는 것은 오랫동안 철강 수요를 견인했던 중국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때문에 글로벌 철강 수요 감소가 지속됐다”며 “다만 중국 정부가 올해 철강 감산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철강 공급측면에서 개선 요인들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철강 생산량 감축은 불확실하다.
최근 중국 양회 이후 정부 주도의 감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2025년 3월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9300만 톤으로 지난해 3월 대비 오히려 5.2% 증가했다.
송동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중국 내 실질적인 감산 실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점을 감안할 경우 중국 시장 내 공급축소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산 철강제품은 단가 측면에서 우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제품들이 역내에 저가에 유통되어 국내 철강 유통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도 철강 수요 회복에 제동을 걸고 있다.
미국·중국의 갈등 심화로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수입 규제가 확대된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3월12일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품목 관세를 부과했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관세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철강업계의 미국 수출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25%의 관세를 온전히 반영하면 2024년 미국 수출액 기준 국내 철강업의 최대 위험노출 비용은 8억9천만 달러(약 1조2천억 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산 범용 철강 제품은 이미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산에 밀리고 있다.
국내 후판 평균 유통가는 2024년 1분기 톤당 106만 원에서 연말 90만 원으로 약 15.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산 후판은 톤당 약 75만 원에 수입되면서 국내 제품보다 15만 원가량 저렴했다.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소환원제철 분야에서 중국은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 개발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바오강은 2024년부터 120만 톤 규모의 직접환원 전기로(DR-EAF) 설비를 본격 가동하고 있으며, 100만 톤 규모 수소 직접환원 설비도 성공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반면 포스코는 새로운 수소환원 공정인 ‘하이렉스(HyREX)’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위치한 수출용 철강 기계 공장에서 작업자가 제품을 연마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한국 철강업계도 기술 개발과 제품 고도화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도 초고강도강과 친환경 소재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가며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2024년 기준 한국 주요 철강기업들의 R&D 투자 총액은 약 8천억~1조 원 수준이며,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설비와 인프라 부문에 연간 수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연구개발에 2천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 규모와 속도 면에서 중국과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제철은 “중국산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반덤핑 제소를 추진하고, 고부가 강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