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 EU 넘었다, 마지막 고비 미국 설득에 총력

▲ 대한항공의 아시나아항공 인수합병 성사가 마지막 고비를 남겨두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과 관련 유럽연합의 기업결합 승인을 얻어냈다.

2021년부터 시작된 인수합병 기업결합 승인 절차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남은 필수신고국가는 미국 단 한 곳으로 대한항공은 미국 법무부를 설득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13일(현지시각)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승인으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9부 능선을 넘겼다.

기업결합 승인이 필요한 국가 14개 국 가운데 유럽연합의 승인을 얻기까지 특히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부터 유럽연합과 기업결합 심사를 위한 협의를 시작한지 3년만에 승인을 얻어냈다. 두 항공사의 주요 사업지역인 유럽에서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유럽연합은 2023년 5월 중간심사보고서를 통해 인수 이후 독과점 발생을 우려했다. 이에 대한항공이 시정조치 마련을 위해 심사기한 연기를 요청하자 인수합병 성사 여부는 이내 안개 속에 빠졌다.

여러 차례 시정조차안을 제안했던 결국 대한항공은 여객 노선 4개에 대해 신규 항공사 진입 시 지원하고 아시아나항공 사업 부문을 분리매각 한다는 내용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아시나아항공 이사회가 배임 논란을 의식해 진통을 겪기도 했다.

이번 유럽연합의 승인은 영국에서의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한항공은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래틱에 인천~런던 슬롯(특정시간대 공항에 이착륙 할 권리) 주 7회를 내주며 영국 경쟁당국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항공업계에서 핵심 자산인 슬롯을 외항사에 양도해 국내 항공업계의 몫이 줄었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뒤따랐다.

반면 유럽연합의 승인을 얻는 과정에서는 국내 저비용항공사인 티웨이항공에 기재와 운용인력을 이관하면서 국내 항공업계의 몫을 지켜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분리매각은 우선 미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얻은 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편입을 완료하는 시점에 매각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저비용항공사 4곳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이제 마지막 고비인 미국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고 세계 7위 규모의 ‘메가캐리어’로 우뚝서게 된다.

물론 미국의 승인을 얻는 과정도 만만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 EU 넘었다, 마지막 고비 미국 설득에 총력

▲ 유럽연합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두 항공사의 통합이 9부 능선을 넘었다.


대한항공은 미국 법무부에 2021년 1월 인수합병 설명자료를 제출한 뒤 같은 해 3월 신고서 제출했다. 지난해 5월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두 항공사의 통합을 저지하기 위한 소송을 검토했다. 

이후 미국 법무부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었지만 미국정부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한국~미국 노선에서 국내 저비용항공사 에어프레미아를 대체항공사로 내세우고 있다. 기재 수가 부족한 에어프레미아에 여객기를 임차해준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최근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미국의 승인을 얻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은 대한민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이면서 동북아 허브 공항 지위을 두고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며 “첨예한 사안이 걸려 있는 일본 경쟁당국에서조차 양사의 결합을 승인했기 때문에 이번 일본의 승인이 남아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승인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항공사 간 합병에 대한 미국 현지의 부정적 흐름은 부담 요인이다.

앞서 미 연방법원은 1월16일(현지시각) 자국 내 저비용항공사인 제트블루의 스피릿항공 인수합병을 불허하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소송은 미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제기한 소송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인수합병이 가격을 중요시하는 여행객들의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이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내리며 행태적 제한조치를 부과한 배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이 소속된 항공동맹 스타얼라이언스가 항공사 이탈에 따른 한국~미국 간 점유율 하락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