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차세대 폴렉시블(휘는) 디스플레이 폼팩터 사업에 힘을 실어 중국업체들의 부상에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디스플레이가 선두를 차지한 스마트폰용 폴더블 올레드(OLED) 시장에서 중국업체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폴더블 올레드 분야에서 다진 기술적 우위를 이어가기 위해 새 폼팩터를 상용화하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증권업계와 스마트폰업계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의 부상에 따라 자국 디스플레이업체인 BOE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은 화웨이를 필두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판매 회복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부품 조달 문제 등에 따라 화웨이가 당초 내세운 목표인 연간 1억 대 출하는 어렵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두 배가 넘는 6690만 대 수준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화웨이의 공격적인 스마트폰 생산 목표에 따라 납품업체인 BOE도 수혜를 입게 됐다. 특히 BOE는 폴더블 올레드에서 시장을 크게 넓힐 기회가 열릴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2분기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신제품인 메이트X3 출시에 힘입어 세계 시장점유율 22%로 삼성전자(26.7%)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갤럭시Z폴드·플립5를 내놓기 직전 시기에 화웨이가 기세를 올린 것이다.
화웨이는 폴더블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를 주로 BOE에서 조달하고 있다. 화웨이뿐 아니라 오포를 비롯해 폴더블폰을 만드는 중국 스마트폰업체들도 BOE 디스플레이를 주로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최주선 사장은 중국 업체의 추격에 맞서 폴더블에 이어 차세대 폼팩터 사업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샘모바일은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협력해 폴더블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새로운 폼팩터를 가진 스마트폰을 한정판으로 출시해 초격차를 만드는 전략을 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주선 사장은 △안팎으로 두 번 접을 수 있는 'S'자형 폴더블 △안으로 두 번 접는 'G'자형 폴더블 △밀어서 화면을 넓히는 슬라이더블 △폴더블과 슬라이더블을 결합한 '플렉스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플렉시블(휘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해뒀다.
이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는 특히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의 상용화가 가까웠다고 보고 있다. 최 사장은 지난해 9월 인텔 본사에서 열린 행사에 깜짝 등장해 직접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정용욱 삼성디스플레이 상무는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 2023'에서 “슬라이더블 제품의 상용화를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완성품 업체와의 협의하고 있다”며 “2~3년 이내에는 제품이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플렉시블 올레드 설비에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에만 모두 3조1천억 원을 투자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 실적발표 뒤 진행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IT용 플렉시블 올레드 디스플레이 제품 대응 중심으로 투자가 집행된다”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플렉시블 올레드 부문의 새 폼펙터 개발과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중국 BOE의 부상에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1위에 올라있지만 시장점유율은 점차 내려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은 2022년 82%에서 2023년 69%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BOE 점유율은 같은 기간 13%에서 25%까지 2배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 삼성디스플레이의 안쪽으로 두 번 접는 'G'자형 폴더블 디스플레이인 '플렉스 G'.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폴더블 디스플레이 매출 성장률도 12%에 그치는 반면 BOE는 157%의 급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BOE의 폴더블 디스플레이에서 빠른 성장세는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업체를 기반으로 한다.
화웨이는 폴더블 올레드의 주문도 늘리고 있으며 다른 중국 스마트폰업체들 역시 이런 추세를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 반도체 전문매체 반도체산업종횡(半导体产业纵横)은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내 폴더블 올레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최근 10% 가량 가격 상승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업체들이 폴더블을 비롯한 차세대 폼팩터에 힘쏟는 배경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애플 아이폰을 견제하려는 전략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2022년 6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75%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은 기존 프리미엄 바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의 격차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자 신규 폼팩터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관련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수혜를 입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궈 티엔샹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경쟁이 심화되면서 다양한 제조사들이 차세대 제품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후속 신제품 출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며 “폴더블 등 차세대 폼팩터는 스마트폰 산업 발전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