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중국을 대상으로 관세 부과 등 무역보복 조치를 본격화하면서 '제2차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미국을 향해 대만 문제에 개입한다면 적극적으로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복조치를 실행하겠다고 경고하며 미중 무역분쟁 사태가 재현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위기를 겪으며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보복조치가 실제로 큰 타격을 입히며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여파가 확산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2일 “미국 바이든 정부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겨냥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며 “무역 보복조치는 미국 경제에만 타격을 입히고 말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중국이 대만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확대하는 등 무력도발에 나서자 미국 정부가 보복조치로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부과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데 응답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분쟁을 벌이면서 고율 관세 부과를 결정한 일부 중국산 수입 품목을 대상으로 관세를 철회했다.
이른 시일에 나머지 수입품에 매기는 관세를 폐지하는 방안도 정식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그러나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미국에 경제보복 가능성을 시사하고 무력도발을 강행하면서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다시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등 트럼프 정부와 비슷한 무역 제재조치를 결정하면서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 두 번째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관세 폐지를 미루는 일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역 전쟁에서는 아무도 승리자로 남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도 점차 미국을 대상으로 무역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관세청은 11일 미국에서 수입하는 특정 업체의 쇠고기 수입을 금지한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해당 업체의 육류에 중국에서 금지한 식품 첨가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표면적 이유로 제시됐지만 이는 사실상 미국을 대상으로 수출입 규제에 시동을 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 반도체기업에 공급되는 반도체장비 및 설계 소프트웨어 수출 제한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며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제재 조치도 강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중국의 기술 발전에 약점으로 꼽히는 분야를 중점적으로 제재해 정부 차원의 첨단 산업 주도권 확보 목표를 방해하고 미국과 경쟁 의지를 꺾겠다는 목적이다.
중국 정부도 이에 대응해 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첨단 소재, 희토류 등 중국 의존이 높은 품목의 미국 수출을 제한하는 등 무역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제2차 미국 무역분쟁의 범위가 트럼프 정부 시절과 비교해 더욱 확대되면서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경제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수출입 관세 부과와 경제적 압박의 악영향은 미국 쪽에서 훨씬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심화 및 경기침체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1%, 7월 상승률이 8.5%에 이른 반면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에 그쳤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진다면 두 국가에 수입과 수출을 모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자연히 이중고를 겪게 될 수 있다.
두 국가의 경제 상황이 악화한다면 자연히 한국의 수출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미국이나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받는 압박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이 제2차 미중 무역분쟁 본격화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며 거시경제 측면에서 미칠 수 있는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 정부가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고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여당의 의석 수를 확보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두고 중국에 무역보복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감수하면서도 중국을 겨냥한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씽크탱크에서도 중국산 수입품 관세 철회가 인플레이션 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점이 있다”며 “이미 과거에 실패한 무역보복 카드를 꺼내는 일은 비효율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