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 SK그룹 주력계열사 SK하이닉스의 메모리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SK텔레콤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사피온은 2023년 초 차기 AI반도체 제품 X330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SK텔레콤은 4월 사피온을 출범한 뒤 기존 제품 X220보다 성능과 전력소비량을 한층 개선한 새 AI반도체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X220은 추론 용도에 한정돼 데이터센터 탑재용으로 개발됐다. 이와 달리 X330은 추론 뿐만 아니라 학습기능까지 확장해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자율주행차량,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에 장착할 수 있도록 개발된다.
SK텔레콤은 2020년 11월 X220을 출시한 뒤 이를 주로 계열사 내부 용도로 이용하며 경쟁력을 다듬어 왔는데 사피온 출범을 계기로 고객사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피온은 올해 4월에는 AI반도체 X220을 미국 디지털TV 방송장비에 적용하며 글로벌 판로 확대에 나서고 있다. X220을 기반으로 FHD(풀HD) 해상도의 콘텐츠를 고품질의 UHD(울트라HD)해상도의 콘텐츠로 전환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피온은 미국에서 고객사 확대를 위해 영업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AI반도체는 실시간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하는 메타버스,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데이터센터 등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반도체 시장규모는 2021년부터 연평균 28.2%씩 성장해 2025년 767억 달러(9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와 인텔 등의 전통적 반도체업체 뿐만 아니라 구글, 테슬라 등의 IT기업이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SK그룹도 SK텔레콤을 필두로 SK스퀘어, SK하이닉스까지 사피온 설립에 함께 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빠르게 고객사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사피온은 SK텔레콤이 SK스퀘어, SK하이닉스와 함께 투자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됐다. 사피온은 사피온코리아를 아래에 둔다. 사피온은 미국 내 AI반도체 계약수주와 투자유치를, 사피온코리아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내 AI반도체 사업을 맡는 구조다.
유 사장은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 이동통신박람회 MWC2022에서 “차세대 AI반도체를 출시하고 글로벌시장을 공략해 2027년까지 사피온에서 누적매출 2조 원을 올리고 사피온의 기업가치를 10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SK텔레콤의 성장동력으로 물류로봇, 자율주행 솔루션 등을 키운다는 계획도 세웠는데 AI반도체 사업으로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AI반도체를 물류로봇 등에 장착해 수직계열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정부가 AI반도체 개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사피온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세계적 반도체 전문가로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을 지냈던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5월24일 AI반도체 업체 퓨리오사AI를 방문한 뒤 류수정 사피온 대표이사 등 AI반도체 기업 대표 5명과 간담회를 열고 "AI반도체산업 성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피온은 SK텔레콤의 새 성장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향후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부문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특히 팹리스(반도체 설계)에선 존재감이 거의 없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월 사피온의 AI반도체를 D램에 탑재해 기존 D램보다 연산속도가 최대 16배 빨라진 메모리반도체를 출시하기도 했다. 사피온이 더욱 나은 성능을 가진 AI반도체를 내놓으면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공산이 크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