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사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이을 민주당 대선 후보 가운데 한 사람으로 거론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에서 사퇴하기로 하며 대체 후보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한 여러 유력 정치인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주요 경합주(스윙스테이트)를 공략할 방편으로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의 출마 가능성도 나오는데 이는 한국 배터리 3사에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휘트머 주지사는 2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적할 가장 뛰어난 인물”이라며 그동안 많은 업적을 이뤄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지하도록 하는 데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휘트머 주지사의 발언은 그가 민주당 대선후보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대체 후보 가운데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나오며 미국 정치권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재 민주당 대체 대선후보에 거론되는 가장 유력한 인물은 해리스 부통령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 왔고 여성이자 유색인종으로 다양한 지지층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부정적 평가 역시 뚜렷해 민주당에서 그를 지지하기 위한 당위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에선 휘트머 주지사의 출마가 민주당에 더 논리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대표적 경합주인 미시간에서 꾸준하고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어서다.
휘트머 주지사가 다른 민주당 소속 주지사보다 높은 인지도와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대선 출마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재로서 휘트머 주지사가 해리스 부통령을 제외한다면 가장 유력한 선택지라며 대선 후보로 나설 뜻이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보도했다.
따라서 휘트머 주지사가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사실상 대선 출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시각이 힘을 얻는다.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을 통해 실시되는 간접선거 형태를 띠고 있다. 특정 주에서 선거인단 득표수가 많은 당이 해당 주의 표를 모두 가져가게 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전체 유권자의 지지율보다 얼마나 많은 경합주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지가 대선 승패를 가를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따라서 민주당이 차기 후보를 결정할 때는 어떤 인물이 주요 경합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가 매우 중요한 사항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다.
▲ LG에너지솔루션의 미시간주 홀랜드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사진. |
휘트머 주지사의 출마는 미시간주뿐 아니라 비슷한 환경에 놓인 다른 주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미시간주는 미국 ‘배터리 벨트’의 중심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벨트는 미시간과 오하이오, 테네시와 켄터키, 인디애나와 조지아 등 최근 수 년 동안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 투자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지역을 의미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배터리 벨트에 속한 주에 대규모 생산공장 투자를 벌이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그룹도 전기차 및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폐지를 핵심 공약으로 앞세우면서 대부분이 경합주로 분류되는 배터리 벨트 지역에서 이와 관련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은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들의 투자 축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미시간주에 LG에너지솔루션 공장 증설 및 GM과 합작공장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한 휘트머 주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나온다면 트럼프 측과 상반된 공약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벨트에 포함되는 다른 주에서도 휘트머 주지사를 지지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애리조나와 조지아, 미시간을 비롯한 여러 경합주에서 승리를 거두며 당선될 수 있었다. 올해 말 대선에도 이런 결과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휘트머 주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다면 한국 배터리 3사와 현대차도 자연히 전기차와 배터리 지원 정책 강화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미국 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현재로서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대선 판도를 예측하기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휘트머 주지사가 출마하고 당선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미시간주 지역언론 디트로이트뉴스는 휘트머 주지사가 이미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민주당 부통령 후보에도 우선순위로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어떤 식으로든 휘트머 주지사가 민주당 내에서 핵심 정치인으로 부각할 공산이 커진 만큼 앞으로 K배터리의 미국 사업과 관련한 정책 불확실성을 줄이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