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론이 대만에 이어 미국과 말레이시아에 HBM 반도체 생산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대만 타이중에 위치한 마이크론 D램 생산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고대역 메모리(HBM) 생산 투자를 미국과 말레이시아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이크론이 최신 규격제품인 HBM3E 상용화 및 고객사 인증을 계기로 자신감을 찾아 선두 기업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본격적으로 추격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미국 아이다호에 위치한 HBM 연구개발(R&D)센터 및 생산공장을 확장하고 말레이시아 공장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마이크론의 HBM 물량은 대부분 대만 타이중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대만 반도체공장 역시 HBM 공급 능력 증대를 목표로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전하며 “마이크론이 인공지능 열풍에 맞춰 주요 고객사의 HBM 수요를 더 많이 확보하려 힘쓰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HBM은 데이터 전송 대역폭을 높인 고성능 D램으로 엔비디아 인공지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주로 쓰인다.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증가에 맞춰 주문량이 급증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HBM 상위 기업인 SK하이닉스 및 삼성전자와 비교해 매우 낮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점유율은 10% 미만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마이크론은 경쟁사보다 먼저 최신 규격인 HBM3E 반도체 양산체계 구축 및 고객사 인증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성장 기회를 노리고 있다.
마이크론은 2025년까지 HBM 시장 점유율을 20% 중반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 목표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공격적으로 시설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대만, 말레이시아에서 HBM 생산 투자를 동시에 검토하는 것은 마이크론이 그만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대응할 기술 경쟁력을 자신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와 같은 대형 고객사의 수주를 확보한 데 따라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갖추며 투자 계획을 구체화할 여건이 갖춰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닛케이아시아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이미 엔비디아 ‘H200’에 사용될 HBM3E 인증을 받았다”며 “삼성전자는 아직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제품에 고객사 품질 승인이 늦어질수록 마이크론이 HBM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유리해진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추격할 발판이 갖춰지는 셈이다.
엔비디아 등 기업의 인공지능 반도체는 당분간 공급 부족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글로벌 고객사들의 수요를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HBM 호황기도 더욱 뚜렷해지며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 사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공산이 크다.
닛케이아시아는 SK하이닉스도 한국과 미국에 HBM 생산 설비를 신설하고 있다며 상위 기업을 추격하기 위한 마이크론의 노력에도 더욱 힘이 실렸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