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위치한 ASML 본사 사업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대중 수출통제 수준을 강화하게끔 한국 등 동맹국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상황을 잘 아는 5명의 취재원 발언을 확보해 “바이든 정부는 한국과 일본 및 네덜란드 등 동맹국들이 대중 수출통제 수위를 높이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각국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제조용 장비의 정비 업무에 투입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거론됐다.
수출통제 정책을 전문으로 다루는 로펌 아킨검프(Akin Gump)의 케빈 울프 파트너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대중 반도체 통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의 동맹국들도 자국 기업들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생산을 지원하는 행태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 당국은 2022년 미국 국민이 중국의 반도체 공장에서 직간접적으로 업무를 보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수출 통제 규정에 도입했다.
이들 규정에는 중국 반도체 기업이 미국의 동맹국 국적 인력을 고용하는 선택은 막지 못한다는 허점이 존재했다.
이에 동맹국들이 반도체 관련 인력을 중국에 유출하지 못하도록 자체적으로 통제하라는 압력을 가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화웨이와 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장비 규제 영향을 극복하고 첨단 반도체를 상용화하는 데 성과를 내면서 미국 당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발매한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퓨라70’ 시리즈에 자체 개발한 ‘7나노 N+2’ 공정 반도체를 탑재했다. 이는 기존 메이트60에 쓰였던 7나노보다 향상된 공정으로 평가된다.
이 외에 미 당국은 제3국을 우회해 중국으로 공급되는 반도체 관련 품목도 동맹국 차원에서 통제할 것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이 수출통제를 강화해 달라는 요청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본과 네덜란드 당국은 별도의 의견을 내지 않았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퀄컴과 같은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여전히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다 보니 일부 아시아 기업들이 불만을 품었다는 점을 함께 짚으며 동맹국들이 미국의 압력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