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한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주춤하고 있다. 곧 ‘8만 전자’를 달성할 것처럼 보였던 삼성전자 주가는 8만의 벽을 뚫지 못하고 하락한 뒤 최근 7만 원 초중반 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삼성전자 직원들의 사기가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특히 2023년 성과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반도체 부문 직원들의 불만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2024년 삼성전자의 미래는 어둡다고 봐야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히려 2024년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심지어 최근에는 TSMC가 삼성전자를 부러워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TSMC가 ‘슈퍼을’이라고 하더라도 어쨌든 하청업체이기 때문에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살아났을 때 삼성전자의 수익성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래 TSMC는 삼성전자와 비교해 압도적인 영업이익률과 안정적인 실적을 자랑했다. 그리고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지나치게 메모리에 편중돼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이 나왔다.
메모리반도체는 대표적인 싸이클 산업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실적은 경기에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2023년 삼성전자가 무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적자를 내는 상황까지 오면서 사실상 기정사실화됐다. 소위 ‘삼성전자 디스카운트’의 주범이 메모리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 2024년에는 2021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부활은 일시적인 ‘사이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좋음과 나쁨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사이클 시장에서 탈피해 탄탄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시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내용은 기술의 급격한 발달을 근거로 하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메모리반도체를 요구하는 시장이 엄청나게 늘어났고, 그래서 메모리반도체의 수요가 더 이상 몇 개의 전방산업 사이클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 D램은 PC, 스마트폰 등에 주로 쓰였다. 하지만 이제 D램은 저 둘 뿐만 아니라 대용량 서버에도, 인공지능 연산을 구현하기 위한 GPU에도, 심지어 자동차에도 들어간다.
특히 지금 주목받는 분야는 바로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GPU(그래픽처리장치)가 필요하고, 이 GPU를 만들기 위해서는 D램이 필요하다.
즉 인공지능 기술의 사용처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래픽카드의 수요가 폭발한다는 이야기고, 그래픽카드의 수요가 폭발한다는 이야기는 여기에 들어가는 메모리반도체의 수요 역시 폭발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특정 시장의 수요가 폭발할 때 가장 이득을 보는 회사는 바로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보유한 기업, 삼성전자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의 회복은 SK하이닉스에게도, 마이크론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그 과실을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곳은 폭발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보유한 삼성전자다.
정확히 생산능력이 공개돼있지는 않지만, 삼성전자의 생산능력은 2위 SK하이닉스의 거의 2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2023년 상반기까지 매우 암울했던 삼성전자의 주가 전망 역시 계속 좋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8만전자에 매우 가까이 다가서며 2023년을 마감했고, 한 언론사가 증시 전문가 225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 따르면 응답자 전체의 42%인 95명이 2024년 코스피 유망 종목으로 삼성전자를 꼽았다. 이는 코스피 전체 종목 가운데 1위이기도 하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한투증권 등 여러 증권사 역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앞다투어 상향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가운데 유일하게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 원 이상(10만5천 원)으로 설정했다. 다른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역시 대부분 9만 원대다.
앞에서 삼성전자 직원들의 사기 저하 이야기를 했다. 이 사기 저하의 직접적 원인이 ‘성과급’인만큼, 삼성전자가 다시 제대로 된 성과를 내고 그 과실을 직원들에게 돌려준다면 사기 저하 이야기는 흘러간 과거의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삼성전자가 직원들의 ‘현자타임’을 극복하고 다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초격차’를 보여주는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