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전구체 시장의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겠다. 세계 어떤 경쟁사보다도 경쟁 우위에 선 전구체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자부한다.” 

2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김병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상장을 앞두고 밝힌 포부다. 
 
'IPO 대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김병훈 “K-배터리 전구체 자립도 높인다"

▲ 김병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이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 뒤 포부에 대해 밝히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평소보다 많은 수의 기자들과 기업관계자들이 모여 행사장이 가득 찼다. 평소 행사장에서 보이지 않던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의 임직원들이 여럿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올해 마지막 ‘조 단위 대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둘러싼 관심도를 보여주는 듯했다. 

앞서 대어로 꼽히던 서울보증보험이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중도 철회하면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올해 상장에 도전하는 마지막 대어가 됐다. 공모가 희망범위는 3만6200원~4만4천 원으로 이에 따른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2조5746억~3조1294억 원에 이른다. 

시장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기대와 동시에 우려가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2차전지 업종이 IPO 시장에서 꾸준히 좋은 결과를 냈던 만큼 대어의 성공적인 상장을 계기로 IPO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띌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반면 국내증시가 약세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에코프로 그룹주를 비롯한 2차전지 업종 주가가 상대적으로 대폭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줄만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 점을 의식했는지 김병훈 대표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서 다소 당황스럽다”며 서두를 열었지만 곧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성장 전략이 뚜렷한 만큼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성장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공모를 통해 마련한 자금도 추가 공장 등 설비투자와 원재료 매입에 활용하겠다고 했다. 

그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현재 연간 5만 톤의 전구체 생산 능력(캐파)을 보유하고 있는데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2027년까지 연간 21만 톤으로 늘리겠다”며 “그렇게 되면 하이니켈 전구체 생산능력은 중국 4대 기업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실적 성장을 자신하는 이유는 굳건한 전구체 수요에 있다. 

2022년 기준 같은 에코프로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2.8%이다. 대부분의 매출이 에코프로비엠에서 나오고 있지만 에코프로비엠이 사용할 물량도 모자란 상황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생산능력은 5만 톤으로 에코프로비엠 수요의 3분의 1  수준에 미치는 수준이다”며 “2027년까지 생산능력을 21만 톤으로 늘려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2차전지 밸류체인 전반을 구축하고 있는 에코프로 그룹의 계열사로 계열사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계열사 매출에 의존하는 것을 떠나 외부고객사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과 글로벌 2차전지 기업들과 판매를 위한 협의가 상당히 진척된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국내 유일한 전구체 전문기업이다. 

2017년 설립됐지만 앞서 2004년부터 에코프로에서 전구체 개발을 수행했다. 2006년에는 국내 최초로 하이니켈 NCA 전구체 개발, 2015년 세계 최초 NCM811 전구체 개발 등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 성과를 내고 있다. 

전구체는 배터리 원가 내 단독으로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지만, 중국에 생산이 편중돼 있다. 2022년 기준 중국 의존도는 94.5%에 이른다.
 
'IPO 대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김병훈 “K-배터리 전구체 자립도 높인다"

▲ 김병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


김 대표는 “전구체의 중요도가 높음에도 대부분의 생산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규제환경의 환경 변화와 무기화 경향에 따라서 향후 국내 배터리 산업에 큰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전구체 자립도를 높여 K배터리 생태계 구축에 주춧돌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99년 에코프로의 창업 당시부터 합류해 에코프로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에코프로비엠 경영대표와 지주사인 에코프로 대표를 거치는 등 그룹사의 다양한 경영전략을 수립해 왔다. 올해 초에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IPO를 앞두고 해결사 역할을 맡아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신주 100%로 1447만6000주를 공모한다. 3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격을 결정한 뒤 8~9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11월 중순 코스피시장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상장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공동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맡았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