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3-07-04 15: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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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그룹 계열사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잇따른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 가능성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SK그룹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이 1조1777억 원의 초대형 유상증자를 최근 결정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SK그룹은 자금줄을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 지분 매각, 회사채 발행 등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는 만큼 주요 계열사들 가운데서 추가로 유상증자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CJCGV에 이어 SK이노베이션도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유상증자란 신주를 발행해 자본을 늘리는 것으로 상장 기업의 대표적인 자금 조달 방법 가운데 하나다. 다만 일반적으로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가 발행되고 주식가치 희석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기존 주주에게는 악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SK이노베이션이 6월23일 1조1777억 원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직후 첫 거래일인 6월26일부터 29일까지 4거래일 동안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4.16%나 하락했다.
6월27일에는 SKC 자회사 SK넥실리스가 1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상황이 전체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만큼 SK이노베이션이나 SK넥실리스 외 다른 계열사들도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SK그룹의 총차입금은 2022년 말 기준 104조7700억 원으로 2021년보다 2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76.6%에서 86.2%로 높아졌는데 이는 국내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부채비율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이미 발표한 계열사 2곳 외에 추가적으로 유상증자에 나설 SK그룹 계열사가 또 나올지를 놓고 시선이 쏠린다.
SK그룹에서 가장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는 계열사로 SK하이닉스가 꼽힌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1분기 3조402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2분기에도 3조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적극적인 재고 축소 노력에 힘입어 매출이 기존 추정치를 12.5% 웃도는 5조8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다만 가파른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으로 인해 영업손실은 3조1천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1조6949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4월에는 2조2377억 원에 달하는 EB(교환사채)를 발행하는 등 유동성을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 악화가 예상보다 장기화돼 추가 자금이 필요해지면 SK하이닉스가 유상증자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유상증자나 추가 차입금 조달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보한 현금성자산으로 충분히 여유가 있다”며 “일각에서 나온 차입금 불발설이나 유상증자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 SK하이닉스는 유상증자 등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SK네트웍스도 최근 차입금 부담이 커지면서 현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계열사로 꼽힌다.
SK네트웍스의 올해 1분기 기준 차입금은 5조1970억 원인데 이는 지난해 1분기 4조8761억 원보다 3209억 원(6.58%)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1분기 193억 원에 불과했던 이자지출 규모도 올해 1분기 433억 원으로 124.2% 늘었다.
이는 SK네트웍스의 렌터카사업 자회사 SK렌터카가 사업을 확대하면서 운전자본이 증가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렌터카 사업은 일반적으로 리스로 자동차를 구입해 운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대규모 운전자본이 필요하다.
최근 호황기를 맞은 렌터카사업은 차량 확보가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에 SK네트웍스와 SK렌터카 입장에서는 자금 마련을 위한 방안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렌터카는 2020년 1천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적이 있다.
다만 최근 유상증자를 놓고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SK그룹 각 계열사들은 유상증자 대신 계열사 지분과 같은 자산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키오시아 투자 지분(평가금액 약 6조3천억 원), SK네트웍스는 중국 내 사업인 SK네트웍스 차이나홀딩스, 선양SK버스터미널 등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어려워진 사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투자를 예고했기 때문에 각각의 상황에 맞춰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다만 일부 계열사들은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어 신용등급 강등의 위험성이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