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호 기자 uknow@businesspost.co.kr2023-03-21 15: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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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약 2조4900억 달러(약 3259조2700억 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글로벌 IT기업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애플페이가 향후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안착하며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큰 변화를 일으킬 수준으로는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선이 함께 나온다.
▲ 애플페이가 21일부터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시작한 가운데 상승세를 타고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시선과 함께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이날 애플페이는 국내 첫 서비스를 현대카드와 함께 시작했다. 당초 3월 초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제 단말기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출시가 미뤄졌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자사 발급 비자(Visa)카드, 마스터카드, 국내 전용카드 고객은 아이폰, 애플워치, 아이패드 등으로 애플페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오전에만 약 17만 명의 애플페이 이용자가 등록했다. 등록을 원하는 고객들이 몰리며 비자카드에서는 결제 오류가 발생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 올라 "(애플페이 가맹점이) 현대카드 사용 기준 사용처 50%보다 더 많다"며 "사용처를 빨리 확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결제 단말기 수급과 국내 가맹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지만 현재 국내 편의점(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백화점(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마트(롯데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 커피전문점(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 할리스 등), 식당, 가전(이케아, 다이소, 롯데하이마트 등), 온라인쇼핑몰(무신사, 배달의민족 등) 등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 100여 곳을 확보했다.
지금 확보한 가맹점만으로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무리가 없어 사용처 측면에서 나왔던 우려가 잦아들며 애플페이가 향후 성장세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20일 내놓은 ‘애플페이 한국 상륙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2024년까지 애플페이는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5%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결제 단말기 보급이 늦어지며 추가 가맹점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왔지만 현재 애플페이를 활용할 수 있는 NFC(근거리 무선 통신) 단말기 설치를 원하는 프랜차이즈와 가맹점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까지 5%에 불과했던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도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 출시 소식과 함께 최근 10% 근처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올해 말에는 국내 아이폰 수가 1280만 대로 2022년 말보다 약 30만 대 증가하고 애플페이 국내 하루 평균 거래금액도 1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애플페이가 국내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하더라도 그 영향력이 큰 변화를 일으킬 만큼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아이폰 사용자의 70%가 애플페이를 사용할 뜻을 내비치는 등 흥행을 위한 바탕이 놓였지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알려진 교통카드 사용을 승인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플페이가 대중교통에 사용되려면 우선 티머니와 같은 교통카드 사업자와 별도의 계약을 맺어야 한다.
삼성페이 역시 교통카드 사업자와 계약을 한 뒤에야 삼성페이로 교통카드를 쓸 수 있게 했었다.
금융업계에서는 아직 애플이 교통카드 사업자와 계약하겠다는 뜻을 밝히거나 거래가 진행되는 것이 알려지지 않고 있어 애플페이 교통카드 지원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바라본다.
국내에서 대중교통이 가장 잘 갖춰진 서울에서는 대중교통 승객의 약 98.9%가 교통카드를 사용하고 있어 애플페이를 교통카드로 사용하지 못하는 점은 점유율 확대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애플페이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당장 사용할 뜻이 없는 애플 이용자도 약 42.8%에 달했다.
국내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약 42.8%의 애플 이용자가 애플페이를 바로 사용하지 않고 다른 카드사로 확대되면 사용하겠다고 응답했다. 현대카드로 바로 사용한다는 응답은 34%로 나타났다.
약 40%에 가까운 애플 이용자가 향후 사용처 확대를 통한 애플페이 활용성을 지켜본 뒤 사용 여부를 결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들이 애플페이의 확장성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애플 이용자 약 47.9%는 애플페이가 모든 카드의 지원을 받지 못할 것으로, 약 46.7%는 삼성페이만큼의 사용처 확대를 하지 못할 것으로 응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이용자가 애플페이의 미래를 긍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애플페이를 견제하려고 결성한 것으로 보이는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동맹이 막강할 것으로 바라본다.
국내 페이 시장에서 삼성페이의 오프라인 시장점유율은 약 80%에 달하며 네이버페이는 온라인 가맹점만 55만 곳에 이르는 최상위 기업이다.
온오프라인에서 각각 강점을 가진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의 협력이 시너지를 낸다면 애플페이의 국내 안착이 예상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