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가 사장이 2022년 11월7일 취임 1주년을 맞아 SK텔레콤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컴퍼니'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 SK텔레콤 > |
[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의 기업가치가 지난 1년 동안 계속해서 떨어지면서 2026년까지 시가총액 40조 원 회사를 만들겠다던
유영상 대표이사 사장의 꿈이 점차 멀어지고 있다.
유영상 사장은 기업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마케팅비 안정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챗GPT를 접목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통해 ‘인공지능 전문기업’으로서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배당금 인상, 자사주 매입 등의 주가부양책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주가가 지난 1년 동안 지속해서 최저가를 경신하면서 주주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SK텔레콤 주가는 16%가량 떨어졌는데 이는 같은 기간 경쟁사 KT 주가가 3% 정도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매우 크다.
최근 3개월만 봐도 코스피 지수가 상승한 것과 달리 SK텔레콤 주가 9% 이상 하락했다.
이에 각종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12월에 배당받으려고 잠시 매수한 게 내 잘못이다” "
유영상 사장. 주가방어 안합니까?"등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SK텔레콤의 주가가 부진한 직접적 이유는 지난해 말부터 실적이 다소 악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2022년 4분기 영업이익 2544억 원을 냈는데 이는 3분기보다 45.4% 감소한 수치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인 2970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인건비와 마케팅비, 전기세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가 실적 둔화의 요인이었는데 2022년 3분기까지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온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실적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주주들의 기대와 달리 배당금 인상 발표도 없자 투자매력도가 떨어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SK그룹은 2017년부터 CEO(최고경영자) 평가에 주가를 반영하고 있는 만큼
유영상 사장으로서는 주가부양책을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유 사장은 우선 마케팅비 안정화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5G 상용화 이후 통신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 SK텔레콤의 마케팅비용과 감가상각비는 지난해 대비 각각 1.1%, 0.4%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2023년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4% 증가할 것"이라며 "1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투자가들의 2023년 이익 성장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가시화해야 할 필요성도 크다.
유 사장은 2022년 11월 취임 1주년을 맞아 SK텔레콤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인공지능(AI) 전문기업으로 도약해 2026년 SK텔레콤의 기업가치를 40조 원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SK텔레콤은 오랫동안 인공지능에 많은 투자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챗GPT를 시작으로 인공지능(AI)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그동안 SK텔레콤이 축적해온 인공지능 기술도 다시 부각될 여건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월에 출시한 인공지능 챗봇 ‘에이닷’에 챗GPT를 접목해 올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여줄지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SK텔레콤이 지분 50%를 보유한 인공지능 반도체기업 사피온은 올해 전작에 비해 성능이 4배 정도 향상된 인공지능 반도체 ‘사피온 X330’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2022년부터 인공지능 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IT 전문 인력을 다수를 영입해왔다”며 “데이터센터 중심의 신사업이 초기 단계인만큼 실적 기여는 크지 않으나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는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배당금 인상, 자사주 매입 등의 주가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을 놓고 기대가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부터 SK브로드밴드에서 새로운 배당 수익이 발생하는 만큼 지난해보다 배당여력이 커졌다. 또 지난해 취득한 하나금융지주 지분 3.1%에서도 막대한 배당금이 들어온다.
하나금융지주의 2022년 기말 배당금은 보통주 1주당 2550원(중간배당 800원)인데 SK텔레콤이 하나금융지주 주식을 912만9519주 갖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기말 배당금으로만 232억 원을 받게 된다.
김진원 SK텔레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2월8일 콘퍼런스콜에서 “자기주 취득을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시기”라며 “우리가 지분교환한 하나금융지주도 꾸준히 배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자사주 매입의 재원으로 일부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