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3-02-13 14: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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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애플페이가 3월 국내에 상륙함에 따라 삼성페이의 편리함으로 갤럭시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묶어두던 삼성전자가 도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신분증, 디지털 키(key) 등 ‘전자 지갑’으로서 삼성페이의 기능을 강화하며 애플페이에 맞서고 있다.
▲ 애플페이가 3월 국내에 출시되면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을 선택할 요인이 다소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현대카드와 함께 애플페이의 한국 출시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삼성페이는 통화녹음 기능과 함께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2022년 국내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 월평균 이용자 수 1위는 삼성페이(1545만 명)로 2위인 페이북(657만 명)과는 2배 이상의 격차가 존재한다.
그러나 애플페이가 국내에도 도입되면 갤럭시 스마트폰의 장점은 빛이 바래게 된다.
대학생활 정보공유 플랫폼 비누랩스가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서비스를 이용하는 20대 남녀 대학생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6%는 애플페이가 출시되면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바꿀 것이라고 응답했다.
비누랩스는 “애플페이 서비스가 출시되면 현재 갤럭시 사용자 중 향후 아이폰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힌 Z세대(20대) 비율이 36%로 애플페이 출시 이전 조사 때보다 10%포인트 높아졌다”며 “애플페이 출시 여부가 브랜드 충성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이폰은 그동안 애플페이 없이도 삼성전자의 안방인 한국에서 시장점유율을 차근차근 높여왔다.
시장분석업체 스캣카운터의 집계에 따르면 아이폰의 한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23년 1월 기준 33.1%까지 올라왔다. 반면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2022년부터 70%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애플페이까지 국내에 들어오면 아이폰의 점유율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실장은 “삼성페이는 편리함 때문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고 있었다”며 “이에 대응하는 애플페이가 도입된다면 애플의 국내시장 점유율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애플페이의 파급력이 국내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애플페이는 결제처에 별도로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가 있어야 이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NFC 단말기 보급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NFC 단말기는 한 대당 약 15만 원으로 카드사 입장에서는 짧은 기간에 NFC 단말기를 보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의 배타적(독점적) 사용권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서비스를 두고 아직 고심하는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반면 삼성페이는 애플페이와 달리 MST 방식과 NFC 방식을 모두 갖춰 범용성이 뛰어나다. MST는 카드 마그네틱을 통해 결제 정보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삼성페이는 실물 카드를 긁어야 발생하는 자기장을 스마트폰에서 자체적으로 발생시켜 카드 정보를 전달한다.
▲ 삼성전자 갤럭시폰의 삼성페이 이미지. <삼성전자>
애플페이는 교통카드 탑재 여부도 아직 불확실하다.
소비자들이 지갑 없이 스마트폰만 가지고 이동하기 위해서는 애플페이에 교통카드 기능도 들어가야 하는데 이는 애플과 교통카드 사업자인 티머니가 별도의 계약을 체결해야 가능하다.
시장조사기업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페이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등 보편화된 각종 결제 수단이 있는 가운데 애플페이 도입이 스마트폰을 바꾸기 위한 동기 부여가 되기는 어렵다”며 “현대카드를 발급 받으면서까지 애플페이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애플페이에 맞서 삼성페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11월 삼성페이 광고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를 놓고 약 3년 만으로 애플페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또 같은 달 프롭테크(부동산+기술)기업 직방과 협력해 ‘디지털 홈 키’를 삼성페이에서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직방 스마트 도어록을 설치한 삼성페이 사용자는 도어록에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간편하게 집 문을 열 수 있다.
이밖에도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서비스, 모바일 탑승권 서비스, 모바일 학생증 등의 기능을 추가해 전자 지갑으로서 삼성페이의 활용도를 높였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간편결제 시장 동향과 애플페이 영향 점검’이란 보고서에서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며 “삼성페이는 자사 사용자의 이탈 방어를 위해 해외 결제 지원을 강화하고 휴대폰으로 도어락을 열 수 있는 기능과 ‘티켓 서비스’ 등 모바일 지갑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