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책은행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인사 적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책은행에서도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희망퇴직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시중은행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수억 원의 퇴직금을 받는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는 와중에 국책은행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깊어지고 있다.
감사원이 국책은행의 퇴직금 지출이 과도하다고 지적한 이후 기획재정부가 관련 규정을 강화하면서 희망퇴직은 사실상 사라진 제도가 됐기 때문이다.
국책은행 직원들 사이에서 인사 적체 등을 해소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기획재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시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국책은행 안팎에 따르면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인사 적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책은행에서도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희망퇴직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공공기관 중에 사실 복지가 좋은 편이기는 하지만 업무에서 시중은행들과 경쟁을 하다 보니 직원들의 상실감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는 “은행에 다니는 내내 직원들 사이에서 희망퇴직 얘기가 나왔다”며 “우리는 언제 해주냐 이런 말들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국책은행들은 2015년부터 희망퇴직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희망퇴직을 당장 시행할 수는 있지만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직원들의 인기를 끌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국책은행의 퇴직금이 과도하다고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뒤 국책은행 퇴직금을 임금피크제 기간 급여의 45%로 제한하면서 희망퇴직에 대한 매력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이에 국책은행 직원들은 희망퇴직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싶어도 퇴직금이 적은 관계로 희망퇴직 대신에 보다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내은행 임금피크제 현황에 따르면 2022년 5월 말 기준 은행별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 규모를 비중이 높은 순으로 놓았을 때 국책은행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KDB산업은행이 9.81%로 1위를 차지했고 그다음으로 IBK기업은행이 7.07%, 한국수출입은행이 2.94%로 집계됐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는 직원들이 늘어날수록 국책은행 경영에는 부담을 주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들은 임금이 삭감되기 때문에 업무량도 같이 줄어드는 후선 업무를 맡는데 이에 따라 다른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정부에서 전체 직원 수를 통제하는 상황에서 기존 인력이 퇴직하지 않으면 신규 인력을 충원하기 어려워져 조직이 노쇠화되면서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직원은 급여가 깎이다 보니 업무 수행에 동기부여가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올해 IBK기업은행장에 취임한 김성태 행장이 취임식에서 희망퇴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김 행장은 3일 취임식 직후 열린 기자들과 상견례에서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겠다”며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국책은행의 희망퇴직 시행은 기획재정부가 국책은행의 희망퇴직금을 직원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문제에 대해 얼마나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가에 달려 있다.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과 국민감정을 이유로 국책은행의 희망퇴직 제도를 개선하는 데 난색을 보여 왔다.
문재인정부 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퇴직금이 너무 적다는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제도개선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했으나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에는 제대로 희망퇴직과 관련된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들은 정부로부터 인건비 예산을 통제받다보니 시중은행처럼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기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희망퇴직을 위한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