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현장을 찾는다.

정 부회장이 CES 현장을 참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세계그룹 미래 알고 싶다면, 'CES 첫 참관' 정용진 인스타 보면 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현장을 처음 둘러본다. 그가 행사에서 관심을 두고 볼 기업과 기술에서 신세계그룹의 미래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기업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온 정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고려할 때 그가 관심을 두고 볼 기업과 기술에서 신세계그룹의 미래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2023' 현장을 참관한다.

이번 CES2023에 신세계그룹 계열사는 참가하지 않는다. 정 부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CES 현장을 방문한다는 뜻이다.

정 부회장이 최신 기술 동향을 살펴보고 신세계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CES 행사를 참관한다고 신세계그룹은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이 육성하고 있는 푸드테크나 리테일테크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관련 기업과 기술 동향을 살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회장의 이번 CES 참가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카피캣(모방)'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오너경영인이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국내 유통업계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하기보다는 해외에서 이미 성공이 증명된 사업을 신세계그룹의 방식으로 해석해 내놓는 전략을 즐겨 쓴다.

2018년 6월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코엑스몰에 1호점을 열었던 '삐에로쇼핑'이 이런 전략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삐에로쇼핑은 일본에서 만물잡화점으로 유명한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했는데 개점 11일 만에 고객 10만 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 애초 이마트가 세웠던 계획보다 140% 많은 매출을 올렸을 정도로 실적도 좋았다.

폭발적 관심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탓에 사업에 진출한 지 2년도 지나지 않아 사업을 접었지만 정 부회장의 모방 전략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노브랜드’나 ‘스타필드’와 같은 사업도 모두 해외 사례를 모방한 것들이다.

이마트가 2015년 4월 첫 선을 보인 자체 브랜드 노브랜드는 캐나다의 대형 유통기업 로블로의 자체 브랜드 ‘노네임’을 벤치마킹했다. 노네임을 상징하는 노란색이 노브랜드에도 그대로 쓰여 표절 논란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마트를 상징하는 사업 가운데 하나로 안착했다.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도 영국의 쇼핑몰 '웨스트필드'를 본떠 만든 것이다. 글로벌 유통기업 웨스트필드의 백화점과 전 세계 37개 쇼핑몰을 참고하고 분석해 스타필드를 만들었다는 것이 신세계의 설명이다.

이런 전례들을 놓고 보면 정 부회장이 CES에서 어떤 기업과 기술을 눈여겨보느냐는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CES에서 신세계그룹에 도움이 될 만한 기업과 기술이라면 이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 한국 사업에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CES는 가장 혁신적으로 평가받는 기술을 한 곳에서 둘러볼 수 있는 행사다. 총 173개 나라에서 3천여 개의 기업이 41개 분야의 트렌드를 전시한다.

CES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리테일기업 40곳도 참여한다. 혁신 방안을 살펴보러 간다는 정 부회장에게 CES는 신세계그룹의 청사진을 새로 그려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이번에 CES에 참가하는 기업들 중에는 미국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아마존과 월마트도 포함돼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소매시장인 미국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들이 어떻게 온오프라인 위기를 헤쳐나가고 미래를 준비하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정 부회장에게는 의미 있는 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 부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제2의 월마트나 제2의 아마존이 아닌 제1의 신세계가 목표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추진하는 전략들을 살펴보면 온라인 기반의 전자상거래 기업을 인수합병해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월마트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려는 모습도 보인다. 신세계그룹이 3조5천억 원을 베팅해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