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럽 전력난에 주춤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시장을 차세대 D램 DDR5를 앞세워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럽지역에서 D램의 주요 수요분야인 데이터센터업계의 신설 투자 위축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소비 전력 대비 성능이 뛰어난 차세대 D램을 앞세워 기존 데이터센터의 메모리 교체수요를 잡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외신을 종합하면 최근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로 촉발된 유럽지역 전력난이 현지 데이터센터 투자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즈는 최근 아일랜드 국영 전력회사 얼그리드가 최근 전력공급 부족으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해 유예조치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등 아일랜드에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계획했던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유럽에서 데이터센터 투자에 어두운 그림자가 깔리는 배경에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러시아의 국영기업 가즈프롬은 최근 독일 등 유럽 주요국가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 ‘노드스트림1’을 잠궜다. 노드스트림1은 러시아 해안에서 독일 북동부까지 발트해 바다 밑 1200㎞에 걸쳐 있는 공급 라인이다.
유럽은 발전원료로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비중이 2021년 기준 22.3%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중단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천연가스 해외 의존도는 2000년 65.7%에서 2020년 83.6%로 높아졌다. 이 가운데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이른다.
유럽은 당장 다가올 겨울에 난방수요까지 겹쳐 전력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업계도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발달하면서 최근 5년 사이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용량이 5년 전과 비교해 3배 가량 급증하면서 과거보다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세대 10나노급 DDR5 D램. < SK하이닉스 >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D램을 생산하고 있어 데이터센터 투자가 줄어들 경우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데이터센터를 만들 때는 서버용 D램을 많이 필요로 한다. 다른 제품과 비교해 고부가제품으로 꼽혀 반도체 생산업체에는 핵심 수익원으로 통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데이터센터 업계에서 발생하는 신설 투자 지연 움직임에 차세대 D램 DDR5로 교체 수요를 공략해 극복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과 PC에 탑재되는 D램 비중이 점차 줄면서 상대적으로 데이터센터 쪽으로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시가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적용 분야별 매출 비중은 서버가 3분기 연속으로 모바일(스마트폰)을 넘어섰다.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서버에 들어가는 D램(32.8%)은 모바일에 들어가는 D램(32.7%)을 소폭 앞섰다.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서버에 들어가는 D램이 모바일에 들어가는 D램을 넘어선 이후 매출 비중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개발을 마친 차세대 D램 DDR5이 기존 DDR4보다 속도가 2배 이상 빠르고 전력소모량이 훨씬 적다는 점을 데이터센터 고객회사들에게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DDR5 D램은 기존 DDR4와 비교해 30% 높은 전력효율성을 확보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에 적용된 기존 DDR4를 DDR5로 교체하면 데이터센터 한 곳당 연간 최대 1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내놓은 DDR5 D램도 동작 전압을 1.2V에서 1.1V로 낮춰 전력소비를 대폭 줄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전력소비를 낮추면서도 신뢰성을 대폭 개선한 DDR5 D램이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량과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 인공지능,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에 쓰이는 데이터센터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도록 삼성전자가 개발한 CXL 기반 DDR5 D램 메모리. <삼성전자> |
유럽에서 전력난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설치된 데이터서버에서 D램 교체 수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전성비(성능대비 전력 소모량)이 좋은 차세대 D램 DDR5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설계 기업 AMD와 인텔가 올해 하반기 각각 최신형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출시할 계획을 세워둔 점도 D램 교체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 서버용 중앙처리장치가 교체되면 이에 따라 D램도 함께 사양을 맞춰서 차세대 D램인 DDR5로 바꿔줘야 한다.
증권업계에서는 AMD와 인텔의 새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출시에 따라 2023년 서버용 D램 수요가 기존 예상치를 뛰어 넘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AMD는 최근 데이터센터 고객들이 CPU 가격에 큰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 데다 새롭게 출시될 예정인 새 CPU ‘제노아’의 잠재 수요가 좋다고 발표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AMD의 분석이 맞다면 내년 상반기 서버 수요는 기존 예상치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더구나 유럽보다는 상대적으로 전력난에서 자유로운 북미지역의 교체 수요가 단단하게 뒷받침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데이터센터 현황에서 미국이 815개로 가장 많은 규모를 차지하고 있고 영국이 210개, 독일이 180개 수준으로 파악된다.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은 미국 시장에서 데이터센터 서버용 CPU 교체가 활발히 이뤄진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성비 높은 D램을 이용한 시장공략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는 에너지 부족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차세대 D램 수요가 전체적으로 급감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