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둘러싸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 사이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안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면서 '밀당'의 주도권을 쥐고 있어 김 위원장은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8일 국민의힘 안팎의 흐름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안 대표를 먼저 당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유인과 압박을 병행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한 3차 공관위 회의를 마친 뒤 “보궐선거 예비경선에서 당원투표 20%, 시민 여론조사 80%를 반영한 뒤 본경선은 시민여론조사 100%로 하는 방안을 공관위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공관위원인 김수민 전 의원은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경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며 “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시민경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시민여론조사 100%로 본경선을 치르는 방안은 당내 지지기반이 없는 당 밖 인물을 배려해 당내 경선 참여의 길을 터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당내 조직기반이 없는 안 대표에게 일종의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런 배려와 별도로 안 대표의 입당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출연해 “안 대표가 야권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7일 국회에서 '조건부 출마 선언'을 하며 “안 대표에게 국민의힘으로 들어와달라고 간곡히 제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안 대표가 입당하면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고 야권 승리를 위해 돕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같은 날 기자들에게 “앞으로 안 대표를 만날 일이 없다”며 “만나자고 하면 만날 수는 있는데 만나자는 요청도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는데 양쪽의 협상이 결렬된 것이 아니라 이제 밀당이 제대로 시작됐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안 대표는 국민의힘 쪽의 유인과 압박에 곧바로 대응하지 않고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은 그냥 있어도 불리할 게 없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을 '최후의 카드'로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전 보장도 없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자칫 본선 진출조차 좌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 내부 경선 승자와 함께 '국민경선'을 치르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가 타는 쪽은 김 위원장이다. 지금은 안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 앞서고 있을 뿐 아니라 설령 국민의힘 후보가 지지율을 뒤집는다 해도 본선 우승을 위해선 후보 단일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상황을 반전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
안 대표에게 대항할 수 있는 신선한 인물을 발굴하는 게 최선이지만 인물 발굴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내 인물을 키워 안 대표의 대항마로 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런데 당내에서 가장 경쟁력 높다는 오세훈 전 시장, 나경원 전 의원도 안 대표에 맞설만한 경쟁력을 지니는지를 놓고 회의적 시각이 많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김 위원장은 먼저 당내 경선 과정에서 탄탄한 인물을 세운 다음 두 번째 국민경선에서 안 대표를 꺾는 '2단계 단일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 후보가 안 대표에 밀릴 수 있더라도 제1 야당의 조직력 등을 바탕으로 안 대표와 맞설 힘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다행이 아직 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간은 두 달 정도 넉넉히 남아있다.
후보 단일화 국면이 길어진다면 진행 과정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해진다. 안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 사이의 단일화 협상이 세력 사이 다툼으로 시민들에게 비친다면 '감동 없는 단일화'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략적 후보 단일화는 선거 패배로 이어진 전례가 우리 정치사에는 많다. 안 대표가 그 주인공인 적도 있다.
안 대표는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 하지만 경선과 합의를 거치지 않고 안 대표가 일방적으로 후보를 사퇴하면서 단일화 효과가 반감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실제 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2017년 대통령 선거와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안 대표와 다른 범보수 후보들 사이 단일화가 거론됐지만 이때는 모두 단일화에 실패했고 선거에서도 패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