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23일 논평을 내어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 개발국이 먼저 접종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했지만 백신 생산에 참여하지 않은 싱가포르, 이스라엘, 카타르 등은 이미 백신을 확보해 접종까지 준비 중”이라며 “백신 관련 국민의 불안과 불신이 더욱 커져만 간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챙기는 게 대통령의 역할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위원장도 최근 비대위 회의에서 “K방역 자화자찬과 방심으로 백신, 병상, 의사 부족, ‘3무 상태’를 만들어 방역실패를 초래했다”며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9월 당내에 코로나19대책특별위원회를 꾸려 놓았는데 이 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방역 실패론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내년 재보선까지 부동산정책 실패론과 함께 방역 실패론을 핵심 쟁점으로 삼아 정부·여당을 공격할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시작된 뒤 확산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는 데다 한국 정부가 다른 나라보다 백신 확보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야당으로서는 좋은 공격의 소재가 생긴 셈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정부 방역정책의 핵심을 이루는 감염 추적·차단 쪽의 성과는 뒤로 밀어놓은 채 백신 확보 여부에 집중하면서 공격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확진자가 적은 상황을 고려하면 감염 추적과 차단으로 정부가 실패했다고 비판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이미 백신을 확보한 나라들과 비교해 한국 정부가 미흡했다는 지적은 국민적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이날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주안점을 어디에 둬야 하는냐'는 질문에 여론조사 응답자의 54.6%가 ‘하루라도 빨리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 ‘해외와 국내는 상황이 다르므로 안정성을 좀 더 검증 후 접종해야 한다’라는 응답은 41.4%에 머물렀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실제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방역정국'이 급격하게 야당에 불리한 쪽으로 흐른 적이 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당시 ‘신천지발 1차 감염’을 계기로 삼아 정부의 방역 실패론을 띄웠다. 중국 입국자 원천봉쇄를 주장하며 정부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안정을 찾는 반면 다른 나라의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돼 오히려 한국 정부의 방역성과가 돋보이게 됐다. 야당의 공세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도 많았다.
방역정국이 일반적으로 정부·여당에 유리한 쪽으로 흐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기의 상황일수록 결집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위기를 대응하는 주체인 집권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방역을 놓고 정치쟁점화를 국민들이 외면할 수도 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권 후보자에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해임을 요구했는데 지나친 정치적 공세란 비판을 자초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도 국민여론의 동향을 주시하며 방역 공세의 수위를 조절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일부 보수단체의 추석 연휴 집회 개최 움짐임을 두고 “연휴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최대 고비인 만큼 방역당국의 지침에 최대한 협조하는 게 타당하다”라며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