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0-11-1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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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가 수주한 퀄컴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애플의 제품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경쟁력 있는 반도체의 생산을 맡은 만큼 충분한 일감을 확보해 파운드리사업 외연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15일 기술매체 WCCF테크에 따르면 퀄컴의 5나노급 AP 스냅드래곤875는 애플 최신 AP A14바이오닉보다 성능이 높을 공산이 크다. AP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연산을 담당하는 시스템반도체다.
WCCF테크는 IT전문 트위터리안 앤소니(@TheGalox_)를 인용해 스냅드래곤875를 탑재한 비공개 모바일기기가 벤치마크(연산성능 수치화) 플랫폼 안투투(AnTuTu)에서 85만 점에 근접한 점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아이폰12 등 A14바이오닉이 적용된 애플 모바일기기는 최대 62만여 점에 그쳤는데 이를 훨씬 능가했다.
이는 애플 AP가 스마트폰업계에서 최고의 성능을 갖췄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는 것이다.
물론 벤치마크는 스마트폰 성능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만큼 개별 AP의 성능은 또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안드로이드와 iOS 운영체제에 따른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스냅드래곤 시리즈와 애플 AP의 격차가 좁혀졌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해 보인다. 스냅드래곤875는 이전 세대인 스냅드래곤865와 비교해 7나노급 공정에서 5나노급 공정으로 개선된 데다 내부 설계자산도 영국 ARM의 최신 버전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IT매체 GSM아레나는 “스냅드래곤875는 이전보다 25% 이상의 성능 개선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예상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로서는 호재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앞서 스냅드래곤875를 전량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수주한 물량만 해도 1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스냅드래곤875의 성능이 입증되면 삼성전자는 더 많은 반도체 일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은 세계 1위 AP기업이고 대부분의 스마트폰기업이 퀄컴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AP의 높은 성능이 곧 막대한 수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IT매체 안드로이드헤드라인은 “스냅드래곤875는 스냅드래곤865보다 낮은 전력으로 고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며 “2021년 출시되는 대부분의 주력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스냅드래곤875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스냅드래곤875 수요가 아무리 늘어도 삼성전자가 지속해서 독점적 생산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냅드래곤875 같은 5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기업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뿐인데 TSMC의 생산능력은 현재 포화상태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양재 KTB증권 연구원은 “TSMC 고객사 AMD와 애플의 물량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TSMC의 공급 부족은 앞으로 2~3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TSMC 낙수효과로 삼성전자가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주문의 대부분이 삼성전자 파운드리로 옮겨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1년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올해보다 50%가량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파운드리사업 최대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021년 파운드리시장은 5G 보급 확대, 고성능컴퓨팅(HPC) 응용처 성장 등으로 한 자릿수 후반대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2021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은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고 시장 점유율도 의미 있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