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다음 회장을 맡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아 대외활동을 늘리게 되면 SK그룹 경영에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지원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대한상의 회장은 수행해야 할 공식 직함이 50여 개에 이른다.
전국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을 회원으로 두고 상공인 18만 명을 대변하는 경제단체의 수장이다 보니 살펴야 할 일이 많다.
대한상의 회장은 보통 대기업의 오너 경영인이 맡아 그룹 경영과 함께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업무가 과중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다면 SK그룹 경영에서 어느 정도 역할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나온다.
대한상의 회장은 정부의 공식 자문기구인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지속가능경영원 이사장, 한국경영교육인증원 이사장, 한미경제협의회 고문 등 다양한 직책을 함께 맡는다.
각종 비즈니스포럼과 회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정부와 정책 조율 등에도 참여해야 하는 등 담당해야 할 업무가 많다.
게다가 현재 기업들이 놓여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다음 대한상의 회장의 과제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경영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상법개정안을 포함한 ‘공정경제3법’ 개정안 등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동생으로 현재도 그룹 전반의 경영을 보조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직해 대외업무가 늘어날 경우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SK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전기차배터리사업부터 인공지능, 전장분야 등에 관심을 지니고 관여해왔다.
특히 전기차배터리사업은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사업 초기 기획부터 참여한 사업으로 앞으로도 역할을 키워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회장도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나는 자리에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동석하며 힘을 실어줬다.
무엇보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2021년 7월이 되면 과거 횡령죄로 막혀있던 취업제한이 풀려 SK그룹 등기이사로 복귀가 가능해지는 등 본격적으로 경영활동 보폭을 넓힐 수가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2013년
손경식 CJ 회장 후임으로 대한상의를 맡게 됐을 때도 두산그룹 내부에서
박용만 당시 두산그룹 회장과 함께 그룹 내부 경영을 챙겨온 박정원 당시 두산 회장의 역할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박용만 회장은 2016년 3월에는 조카인 박정원 두산 회장에게 그룹 회장 자리를 물려줬다.
박용만 회장은 2013년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자 겸임업무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룹 경영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손경식 CJ 회장도 그룹이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 CJ그룹 경영위원장을 맡게 되자 그룹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대한상의 회장에서 사퇴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대한상의 다음 회장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거듭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최 회장 스스로도 SK그룹에서 강조해온 사회적가치 창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외부로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최 회장은 10월30일 경북 안동시에서 열린 인문가치포럼에 초청 연사로 참석해 “기업도 이제는 사회의 일원으로 다양성과 공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저 역시 기업인으로 새로운 책임과 역할을 고민하고 적극 실천해가겠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다음 회장은 올해 말이나 2021년 초 서울상의 의원총회에서 추대를 통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관례상 서울상의 회장이 겸직한다.
박용만 회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관계자는 최 회장이 대한상의 다음 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고 회장이 고심하고 있는 사안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