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차세대 D램을 앞세워 서버용 D램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이날 출시한 DDR5 D램은 최근 침체기에 있는 서버용 D램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메모리반도체 고객사들은 상반기 코로나19에 대비해 반도체 재고를 대거 확보한 영향으로 최근 들어 구매규모를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감소해 7조5천억 원 수준에 머문 것으로 추산된다. 4분기에도 매출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4분기 서버용 D램 가격은 이전 분기보다 13~18% 하락할 것”이라며 “메모리반도체 고객사들이 2021년 초까지 서버용 D램을 다시 확보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하지만 내년부터 DDR5 D램이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면 상황이 달라질 공산이 크다.
데이터센터에는 D램이 많이 투입되는데 DDR5 D램을 사용하면 컴퓨팅환경이 개선될 뿐 아니라 운영비가 대폭 절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데이터센터 운영비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DDR는 D램 규격이다. DDR5 D램은 이전 세대인 DDR4 제품과 비교해 데이터 전송속도가 2배가량 높아지면서도 전력 소모량은 20%가량 줄어든다는 이점이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서버용 D램에서는 저전력 스펙이 1순위로 다뤄진다”며 “전기요금을 비롯해 천문학적 유지비가 들어가는 데이터센터 운영에서 초고사양 D램은 유지비용을 줄여주는 핵심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이 2021년 상반기 DDR5 D램을 지원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내놓으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데이터센터기업들도 DDR5 D램을 활용해 데이터센터의 서버 교체 및 증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1년 2분기 인텔의 신규 플랫폼 출시와 함께 서버용 D램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희 사장은 SK하이닉스 DDR5 D램을 서버에 최적화하기 위해 인텔과 긴밀하게 협력하기도 했다.
캐롤린 듀란 인텔 데이터플랫폼그룹 부사장은 SK하이닉스 DDR5 D램 출시를 축하하며 "성능 확보를 위해 시제품 설계와 검증 등에 양사가 협업해 고객 대응 준비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 SK하이닉스가 출시한 2세대 10나노급(1ynm) DDR5 D램. < SK하이닉스 > |
이 사장이 DDR5 D램 수요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세계 D램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말이 일각에서 나온다.
시장 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DDR5 D램 수요는 2021년부터 발생해 2024년에는 전체 D램시장의 4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전체 D램 가운데 서버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8%에서 2023년 5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과 함께 세계 D램시장을 삼분하고 있다. 2분기 기준 D램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43.5%, SK하이닉스 30.1%, 마이크론 21.0% 등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내년부터 DDR5 D램을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SK하이닉스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미국 가전·IT전시회 CES2020에서 서버용 DDR5 D램 시제품을 소개했다.
당시 이 사장은 여러 고객사를 만나 DDR5 D램과 같은 메모리반도체에 관해 요구사항을 듣고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등 D램 수요를 가져오기 위한 의지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