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11월에는 친형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4656억 원 규모의 SK그룹 지주사 SK 주식을 증여받으며 지배력의 토대가 될 재원을 확보한 만큼 그가 훗날 어떤 회사를 독자경영의 무대로 삼을지 시선이 몰린다.
최 부회장이 받은 SK 주식을 금액으로 치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시가총액이 17조 원을 넘어서는 SK이노베이션이나 48조 원을 넘어서는 SK하이닉스에는 터무니없지만 그밖의 웬만한 계열사에 지배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충분하다.
최 부회장의 사촌형 최창원 SK디스커버리 회장도 2189억 원가량 되는 SK디스커버리 지분(39.92%)으로 강력한 지배력을 지니고 있다.
최 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가 훗날 SK이노베이션의 경영을 맡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시간이 필요하다. 최 부회장은 2021년까지 경영일선에 나서는 것이 불가능하다. 금고 이상 실형을 받은 기업인은 형기를 마친 뒤 5년 뒤에 이사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은 2011년 횡령·배임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3년6개월형을 받았다.
최 부회장은 수감되기 전 경영일선에서 활동할 때 오랫동안 SK그룹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았다.
2010년 SK에너지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탑재한 국내 최초 고속전기차 ‘블루온’ 시승행사에 참석해 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선보이는가하면 2012년에는 독일을 방문해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 콘티넨탈과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이끌었다.
2013년 수감생활 이후부터는 배터리사업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2016년 출소한 뒤에도 여전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김 부회장은 2017년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공장 현장을 찾았고 올해 3월에는 SK이노베이션의 헝가리 코마콤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머지않아 전 세계 전기차에 SK 배터리를 공급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최태원 회장이 친동생에게 품는 애틋한 마음을 미뤄볼 때 SK그룹 안에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를 맡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SK이노베이션에서 최 부회장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1998년 두 형제의 부친인 최종현 명예회장이 타계했을 때 당시 그룹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최 부회장은 상속 포기각서를 쓰면서 최태원 회장에게 모든 지분을 넘겼다. 최태원 회장은 종종 “동생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석유화학회사에서 전기차 배터리업체로 전환하고 있는 SK그룹의 주력 계열사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SK그룹 안의 위상도 높다.
최 부회장이 구속수감되기 전까지 경영했던 SKE&S를 다시 맡을 수도 있다.
SKE&S는 SK그룹의 에너지 분야를 맡고 있다. LNG, 전력, 집단에너지, 신재생에너지에 이어 해외 에너지사업까지 영역을 확장 중이다.
최 부회장은 SKE&S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는 2004년 SKE&S의 전신인 SK엔론의 지분 매각 과정에서 탁월한 수완을 인정받았고 그 공으로 2005년 SKE&S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SKE&S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SKE&S의 석유사업을 위해 2009년 하루 평균 500~6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던 이라크에 방탄복을 입고 찾아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최 부회장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SK 계열사 주식이 SKC가 거의 유일하다는 점에서 SKC로의 복귀를 점치는 이들도 있다.
그는 SKC 주식 9만8955주(0.26%)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SK네트웍스 19만1661주(0.08%)를 들고 있지만 SK네트웍스는 사실상 사촌형 최신원 SK네트웍스의 독자경영 회사로 알려져 있어 경영을 맡을 가능성이 낮다.
최 부회장은 1996년 SKC 사업기획실 실장을 맡으며 SKC에서 첫 경영수업을 받은 바 있다.
최 부회장은 현재 SK그룹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며 경영 전반을 둘러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오너 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최 부회장만 돌아오면 SK그룹의 오너 경영체제가 완성되는 셈”이라며 “최 부회장은 스위스 다보스포럼이나 보아오포럼 등 세계 굵직한 행사뿐 아니라 SK그룹 최고경영자회의, SK그룹 가족행사 등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경영 복귀를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