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은 통상 원내 1당의 최다선 의원이 맡는다. 원내 1당이 유력시되는 더불어민주당의 최다선 의원 후보는 5선의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을)과 추미애(경기 하남갑) 전 장관 두 명이다. 관례에 따라 이들 둘 가운데 6선 고지에 오르는 한 명이 국회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우선시된다.
다만 두 후보 모두 강경 이미지가 부담이 된다는 시각도 한편에서 나온다. 국회의장이 여야 사이에 이견이 있는 안건의 직권상정 여부 등을 결정할 권한을 가진 자리다 보니 불리할 수 있다.
5선이 되는 박지원 후보에게 전반기 또는 후반기 의장을 맡을 기회가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박 후보는 2일 아시아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국회의장 가능성을 두고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과 싸우는 것과 당선되는 것 두 가지만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박 후보는 오는 8월 열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에 도전할 만한 위치로도 평가된다. 박 후보는 과거 국민의당 대표를 지낸 적이 있으나 민주당에서 대표를 맡은 적은 없다.
그가 선거운동 기간 동안 격전지들의 지원 유세를 적극적으로 다녔다는 점에서도 이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당내에 자신을 지지할 후보 확보에 공을 들인 셈이다.
박 후보가 모습을 보인 선거구 숫자만 해도 상당하다. 서울에서만 15곳 가량의 선거구를 직접 방문해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인천과 경기 및 충청과 전남 그리고 제주도까지 방문해 같은 당 후보들 다수에게 눈도장을 찍은 모양새다.
박 후보 외에 정청래 의원을 포함 우원식 의원 및 박찬대 의원 등 중진들이 당권에 도전할 인물들로 거론되고 있다.
박 후보는 지역구 공약으로 국책사업 유치를 내세웠다. 지역 주력 사업인 농수산업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문화예술 및 관광 콘텐츠 개발에 힘쓸 것으로도 예상된다. 이를 위해 KTX 호남선을 목포에서부터 연장해 자신의 지역구를 거치게끔 만드는 구상도 공개했다.
▲ 박지원 후보(오른쪽 세 번째)가 10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위치한 세월호 기억장에 헌화하고 있다. <박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박 후보는 1942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목포 문태고와 단국대 상학과를 졸업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가로 성공해 1980년에 한인회 회장에 올랐다.
미국에서 망명하고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1987년 김 전 대통령이 귀국하자 영주권을 버리고 함께 귀국해 정계에 발을 들였다.
1992년 열린 14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등원했으며 국민의 정부에서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김 전 대통령을 보필했다.
참여절부 시절 대북송금 특검으로 옥고를 치르고 2007년 말 복권된 뒤 18, 19, 20대 총선에서 연이어 국회에 입성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시절 제35대 국정원장에 취임해 2년 동안 직을 수행했다. 당시 과거 국정원의 불법사찰 및 정치개입을 공식 사과하는 등 활동을 했다.
노련한 정치력과 친화력, 빼어난 정보력과 빠른 판단력 등을 두루 갖춰 ‘정치9단’으로 불린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