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3-06-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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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화투자증권이 인도네시아 현지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며 글로벌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3월 취임해 실적 반등을 이끌고 있는 한두희 대표이사 사장에게 추가 동력이 되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인도네시아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며 글로벌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인도네시아 칩타다나 자산운용사 인수안건을 의결했다. 약 165억 원을 들여 칩타다나 자산운용의 주식 80%를 사들인다.
칩타다나 자산운용은 인도네시아 재계 서열 6위인 리포그룹의 계열사다. 1991년 리포 투자운용으로 설립된 뒤 2002년 칩타다나 자산운용으로 이름을 바꿨다. 리포그룹은 재벌 공기업이다.
칩타다나 자산운용은 리스크 관리 툴을 포함해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디지털 기술에 강점을 지닌 자산운용사로 알려져 있다.
칩타다나는 이를 통해 자산운용 분야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칩타다나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20일 기준 칩타다나 펀드상품의 1년 수익률은 벤치마크 펀드 3종의 평균 수익률이 5.45%에 이른다. 이 밖에 주식형 펀드 3종의 평균 수익률은 10.48%,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도 8.31%로 높은 수준이다.
한화투자증권이 밝힌 인수 목적은 ‘현지 시장 진출 및 신성장 동력 확보’이다. 실제로 ADB(아시아개발은행)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4.85%, 내년 5.0%로 전망돼 증권업계의 미래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 사장은 칩타다나 인수안이 결의된 뒤 “세계에서 인구가 4번째로 많고 평균 연령 30세로 디지털에 익숙한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이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인도네시아 진출을 통해 동남아를 대표하는 디지털 금융회사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로써 베트남,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 해외 시장을 개척하게 됐다. 올해 초부터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이 동남아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는 가운데 한화투자증권도 동남아 시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올해 3월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과 한화손해보험이 리포손해보험의 지분 62.6%를 인수하며 이미 기반을 닦아 놓았다. 계열사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한화 금융그룹은 인도네시아 재계 가운데 리포그룹과 손잡는 모양새가 두드러진다. 리포그룹은 부동산, 은행, 의료, 유통 등 분야를 막론하고 사업을 영위하는 재벌그룹인데 한화투자증권은 이들과 협업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올해 6월20일 기준 칩타다나 자산운용 벤치마크 펀드 3종의 1년 평균 수익률은 5.45%를 기록했다. 주식형 펀드 3종의 평균 수익률은 10.48%,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8.31%를 기록했다.
특히 리포그룹의 자산운용사를 인수한 점이 눈에 띈다.
한 사장은 한화투자증권으로 옮기기에 앞서 한화자산운용을 2년 동안 이끌며 실적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린 자산운용 전문가다. 잠재성 높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자산운용을 통해 최근 이뤄낸 실적 반등세를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사장은 지난해 549억 원 순손실을 기록한 한화투자증권의 ‘구원투수’로 올해 취임했다. 6년 만의 대표 교체였다. 한 사장은 올해 1분기 28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한화투자증권의 싱가포르 법인은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점에서 인도네시아 진출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화투자증권 베트남 법인도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다 올해 1분기 적자로 돌아선 바 있다.
유망한 미래 시장으로 점찍힌 인도네시아에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담이다. 인도네시아에는 이미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한화투자증권보다 몸집이 큰 6개 국내 증권사가 진출해 있다. 김태영 기자